[사설]사면 받자 검찰 때리는 姜금원씨

  • 입력 2005년 5월 16일 21시 03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씨는 사면을 받자마자 “검찰이 나의 맹장을 수술하려다 안 되니까 여드름만 짜낸 꼴”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무리였고 자신은 ‘수사권력’에 희생된 정치범이라는 말투다. 그렇다고 해서 강 씨가 억울하게 원죄(寃罪)를 뒤집어썼다고 여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사 돈 50억 원을 빼내고 15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을 ‘여드름’ 정도라고 생각할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가벼운 죄로 붙잡혀서 사면은 꿈도 꿔 보지 못하고 몇 년씩 교도소에서 썩는 수감자도 숱하다. 강 씨가 적어도 대통령 측근이라고 자부한다면, 이런 식의 비아냥거림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부담을 안고 자신을 사면 해 준 노 대통령을 보더라도 부덕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강 씨를 지나치게 배려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도 숱한 측근이 잡혀가고 감옥살이를 했지만, 자신의 측근을 직접 사면 복권한 경우는 거의 없다. 두 김 씨는 수감된 아들들조차도 제 손으로 풀어 주지 못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법치(法治)시대 이전인 군주시대의 유물이다. 군주에 의한 인치(人治) 대신 법치가 보편화되면서 ‘법치는 전지만능(全知萬能)이냐’는 의문과 함께 절충적 입장에서 사면권을 살려 놓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면권을 갖는다고 해도 국법 준수 의무가 최우선이다. 입법부가 만든 법으로 사법부가 처벌한 것을 원천적으로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사면권이다. 그렇다면 사면권은 극히 예외적인 구제조치로 특별히 제한된 사안에만 행사돼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사면권에 대한 견제나 제한을 받지 않은 채 정치 흥정과 선심(善心)거리로 사면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면의 경우도 그런 논란을 불렀다. 이제 국민이 납득하고 법치가 훼손당하지 않는 사면이 되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강 씨를 보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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