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호 前차관 ‘몸통’인가 ‘깃털’인가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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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로 가는 김세호씨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11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구치소로 가는 김세호씨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11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김세호(金世浩) 전 건설교통부 차관(사건 당시 철도청장)은 왜 사업성이 없다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을 강행했을까.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차관이 유전사업을 사실상 주도한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면서 수사의 초점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행적=김 전 차관은 감사원 감사는 물론 검찰 조사와 11일 진행된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유전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모든 편법과 절차적 하자, 그리고 무리수는 모두 그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철도청이 할 수 없는 유전사업을 하기 위한 철도교통진흥재단의 무리한 정관 변경과 청와대 보고 지시, 거액 대출 부탁 등도 모두 김 전 차관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수사 결과다.

▽왜?=김 전 차관의 행적에 대해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빈틈없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이 이런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뭔가 ‘사정’ 또는 ‘배후’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당연히 시선은 정치권으로 향한다. 정치권의 개입이 없었다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 의혹의 중심에 이광재(李光宰) 열린우리당 의원이 있다. 두 사람은 이 의원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2003년 김 전 차관이 철도파업을 잘 해결하면서 가까워 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이 의원의 총선 출마를 전후한 때부터 9월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에서 건교부 차관으로 옮겨간 직후까지 4, 5차례 만났다는 점을 인정한다.

검찰은 당초 철도청과 정치권 간 연결고리로 알려진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가 없는 상황에서도 김 전 차관을 통해 정치권 연루설의 실체를 상당 부분 규명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을 통해 이 의원이나 청와대 등 정부 차원의 개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건은 그야말로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의원의 개입 의혹에 대해 김 전 차관과 이 의원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은 “김 전 차관과의 만남은 유전사업 같은 얘기를 할 만한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金 前차관은 누구▼

11일 구속된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현 정부가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 관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1977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금호실업(현 금호산업)에 근무하다 1980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해 공직에 늦깎이 입문했다.

공무원 출발은 늦었지만 교통부와 건설교통부에서 보낸 그의 관료생활은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초고속 승진도 이어졌다.

특히 이사관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인 2002년에 1급으로 승진했고 이어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3월에는 차관급인 철도청장에 올랐다. 1급에서 청장까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10개월. 그가 철도청장이 됐을 때 그의 행시 24회 동기 중 상당수는 과장급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다시 건교부 차관으로 영전한 뒤 건교부 장관 교체설이 나돌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현 정부에서 잘나갔다.

김 전 차관의 빠른 출세는 ‘교통 행정의 달인(達人)’으로 불릴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것과 함께 마당발로 불릴 만큼 정관계에 고루 퍼진 인맥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올해 초에는 부인이 물려받은 부동산이 투기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의 전공분야로 여겼던 철도청장 재직 시절 발생한 ‘유전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순간에 추락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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