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장관은 무심코 한 얘기라지만…

  • 입력 2005년 4월 25일 19시 02분


“소문에 따르면 법조계와 언론계, 의료계에는 여전히 부패가 많이 남아 있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런 발언이 25일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의 이 발언은 22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5개 의약 관련 단체장과 ‘반부패 투명사회 건설’ 공동 실천을 결의하는 모임에서 나왔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자가 장관비서실을 통해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소문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기자가 “장관이 소문만 갖고 그렇게 말해도 되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장관의 해명은 “의료계 비리가 과장되게 알려져 국민이 의료계를 부패집단으로 본다는 내용을 말하는 도중에 나온 얘기”라는 것이다. 의료계 인사가 있는 자리에서 의료계만 비난하기가 어색해 법조계와 언론계를 끼워 넣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서 있었던 또 다른 발언을 보면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김 장관은 “정부에 와서 보니까 공무원 사회의 부패는 관행적인 게 일부 남아 있지만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며 “지난해 3월 치러진 제17대 총선은 정치인과 유권자와의 부패 고리를 상당 부분 깬 일대 사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럴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정선거 혐의로 적발된 건수가 제16대 총선 때는 3017건이지만 제17대 총선에서는 두 배가 넘는 6402건이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 건수도 제15대 6명, 제16대 9명(선거무효 2명 제외)이었지만 제17대에선 지금까지 벌써 6명이 당선 무효가 됐다. 법원에 계류 중인 선거법 위반 사건도 14건에 이른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특정 분야를 부패의 온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또 다시 포퓰리즘 정치를 하겠다는 뜻 아니냐’ ‘부패의 온상은 바로 당신들 정치인이다’ 등등.

김 장관은 부패를 없애야 한다는 원론을 강조한 것인 만큼 곡해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부의 말과 장관의 말이 영향력에서 같을 수가 없다.

국민은 고위 공직자의 ‘무심코 한 얘기’에 지쳐 있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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