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현인택]집단思考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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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모인 집단이 개인보다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 집단은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 일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 나머지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을 몰고 가는 성향이 있다. 어빙 제니스는 이를 ‘집단사고(group think)’로 정의하면서 집단이 이러한 사고에 빠지면 종종 그 결정의 결과는 좋지 않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단사고는 ‘우리’라는 연대의식이 강한 집단에서 자주 나타난다. 구성원 간의 동질성이 강하고 외부 집단이나 세력에 대해 심한 고정관념을 가질 경우 집단사고의 증상은 깊어진다. 이런 집단은 도덕적으로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차 있게 되고, 반대 견해에 대해 과도하게 집단을 보호하려 하며, 구성원이 이견(異見)을 갖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린다. 이러한 집단의 구성원은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는 심리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예스맨’이 된다.

▷국가 고위정책결정 그룹의 집단사고는 때로 국가를 전쟁의 위기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제니스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을 실패한 정책의 전형으로 보았는데, 그 원인을 집단사고로 분석했다. 집단사고는 지도자가 제한된 조언 그룹에만 의존하거나 자신의 선호를 앞질러 선언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할수록 그 개연성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의 개성이 강하고 집단의식이 농후한 현재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또한 집단의식이 강하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유교 문화 속에 있기 때문에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주요한 대내외 정책 결정에 있어서 그 이면에 집단사고가 끼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집단 내의 누군가가 ‘아니요’ 하고 악역(惡役)을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이미 절반은 집단사고에 빠져 있다고 할 것이다.

현인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ithyu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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