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희선 의원 구하기’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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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비리 혐의로 기소된 김희선 의원의 변론을 위해 구성된 27명의 거대(巨大) 변호인단은 정치와 사법(司法)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독재정권 시절에는 주요 시국(時局)사건에 수십 명의 변호인단이 나서서 피고인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부각시키는 일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독재정권과 싸우는 정치범도 아니고 거룩한 양심범도 아니다.

김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오래 전에 척결됐어야 할 전형적인 구시대 비리(非理) 모델에 속한다. 3김 시대에 판쳤던 ‘공천 장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집권 명분으로 삼는 ‘부패척결 도덕정권’을 흔드는 개혁대상 1호에 해당한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0명을 포함한 변호인단은 근래 형사재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이다. ‘국회의원 변호사’ 수도 그렇거니와 동참한 법무법인들도 더없이 화려하다. 김 의원이 받는 혐의는 방대한 서류 검토와 복잡한 회계를 따져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법률논리 전개나 공판 진행 측면에서 그 많은 변호인과 법무법인이 필요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김 의원이 조용히 재판을 받겠다는 것인지, 사법부를 향해 정치적 시위를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바쁜 의정(議政)활동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 무료 변론의 동지애(同志愛)를 발휘하려는 것인지, 시위에 동참하려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법무법인 변호사 선임료도 만만찮을 것이다.

아무튼 사법부가 이런 변호인단에 압도되고 영향받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되긴 했지만 법정에서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고 바른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믿는다. 김 의원의 혐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예단(豫斷)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매머드 변호인단을 통해 집권여당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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