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40년 친구이자 라이벌’ 김호철-신치용 감독

  • 입력 2005년 2월 21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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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니 배구 재미있게 할라꼬 일부러 져 준 것 아이가?”(김호철 감독)

“무신 씰데없는 소리…. 다음엔 안 봐준데이.”(신치용 감독)

20일 프로배구 개막전에서 ‘무적함대’ 삼성화재를 상대로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50). 경기가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삼성 벤치. 그가 상기된 표정으로 서 있는 신치용 삼성 감독(50)에게 “너 팬 끌어 모으려고 일부러 져 줬지”라고 말을 건네자 신 감독은 “무슨 소리. 실력이다”라고 맞받았다.

둘은 ‘40년 지기’로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는 절친한 사이. 하지만 코트에서는 기필코 쓰러뜨려야 하는 적.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영원한 라이벌’로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는 터다.

경기 후 “현대의 달라진 점이 뭐냐”는 질문에 신 감독은 “배구에선 급격히 달라질 게 없다. 현대의 장신 벽에 눌렸을 뿐 다음에 다시 당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은근히 김 감독을 깎아내렸다. 이에 김 감독도 “배구란 그게 그거다”라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삼성을 한번 잡았으니 이젠 계속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말은 부드러웠고 얼굴에 웃음도 가득했지만 속에는 모두 칼을 감추고 있었다.

두 감독은 맞대결을 앞두고 겨울 내내 선수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뚜껑을 열어 보니 일단 김 감독의 판정승.

그러나 첫 단추를 끼웠을 뿐. 겨울리그 8연패를 이룬 신 감독, 그런 친구를 제치고 만년 2인자의 설움을 털어낸 김 감독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 감독의 꺾일 줄 모르는 ‘라이벌 의식’에 희색이 가득한 쪽은 한국배구연맹(KOVO). 열광하는 팬들에게서 프로배구의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신 감독의 반격인가. 이래저래 올 프로배구는 재미있게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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