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대에 뚫린 정부 공권력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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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시험 불합격자 1500여명이 경비를 뚫고 청사 경내에 들어가 밤늦게 까지 시위를 벌인 사태는 과천 정부청사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테러 위협으로 공공건물에 대한 경비가 강화된 상황에서 정부청사가 시위대에 점거당한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예고된 시위대가 진입하는 것조차 막지 못하는 청사 경비대가 기습적인 테러에는 어떻게 대비하겠다는 것인가.

시위대가 청사 경내에 기습 침투해 돌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면서 야간시위까지 벌인 것은 법이 정한 집회와 시위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는 행위다. 정부가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難易度) 조정 실패를 시인하고 5월에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한 터에 가산점을 요구하는 것도 떳떳하지 못한 발상이다. 시험관리 실패로 궁지에 몰린 건설교통부를 압박해 100점 만점에 과목별로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하는 시험에서 가산점을 챙겨 합격증을 거저 손에 넣어보겠다는 것인가. 명분 없는 시위에 5000명씩이나 모이는 세태가 걱정스럽다.

한심한 것은 건설교통부다. 터무니 없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 수습도 제대로 못한다. 난이도 조정을 어떻게 했길래 2003년 20%였던 합격률이 지난해에는 1% 이하로 떨어졌단 말인가. 산업인력관리공단에 시험 관리를 위탁했다라고 하더라도 건교부가 최종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난입한 시위대 대표에게 법적으로 불가능한 가산점에 관해 협의하겠다는 각서를 써준 것도 명백한 잘못이다. 일단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태도가 떼쓰면 통한다는 ‘떼 법’(法) 풍토를 조장했다.

정부의 공신력은 물론이고 철통 같아야 할 공권력도 시위대에 농락당했다. 정부의 이곳 저곳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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