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현인택]‘올인’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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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All-in)’은 ‘모두 걸기’라는 뜻의 도박용어다. 연전에 어느 방송국에서 했던 드라마 ‘올인’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올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30여 년 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할리우드 영화 ‘스팅’이다. 명배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거물급 악당을 도박판에 끌어들여 멋지게 속여 넘긴다. 모든 것을 다 거는 극단적인 올인의 심리학이 잘 묘사된 영화였다.

▷올인의 심리가 표출되는 것은 비단 도박만이 아니다. 개인이나 국가의 명운(命運)을 걸 때에도 종종 ‘올인적’ 사고가 나온다. 중국 한(漢)나라 명장 한신(韓信)이 조(趙)나라와의 싸움에서 썼다는 전략인 배수진(背水陣)이나 진(秦)나라와의 싸움에서 항우(項羽)가 쓴 ‘파부침주(破釜沈舟)’, 즉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전략은, 둘 다 사생결단(死生決斷)의 각오로 전쟁에 임하는 올인적 사고다. 우리에게도 신립(申砬)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배수진을 친 끝에 패배해 자결한 것이나, 이순신 장군이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정신으로 승리를 거둔 사생결단의 일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올인‘을 선언했다. 그간 사회 밑바닥까지 깔려 있는 경제 불황에 대해 현실인식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던 대통령이 뒤늦게 그 심각성을 깨닫고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에 대부분의 여론은 호의적이다. 아마도 얼마 전 해외순방 길에 전격적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우리 장병들을 격려 방문한 것에 대한 박수 다음으로 해보는 큰 평가일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자유(liberty)에 올인을 선언했다. 전 세계의 폭정(暴政) 국가들을 겨냥한 초강수다. 그러나 올인은 아낄수록 가치가 난다. 일생에 한 번, 정권이 한 번 정도 하는 것이어야 한다. 행여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같은 것에도 올인하겠다고 하지는 말기 바란다.

현인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정치학

ithyu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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