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30분 커피 마셨다고 해고’ 갑론을박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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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타임 30분, 해고사유 될까?”

27일 오전, 컴퓨터 앞에 앉은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된 뉴스중의 하나는 K사 김 모(42)씨와 관련된 법원 판결이었다.

근무 시간에 다른 직원들과 30여분 정도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무효 판단과 함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는 게 주요 내용.

이 뉴스는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는 물론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직장인들이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기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네이버와 다음의 관련기사에는 불과 몇시간 만에 각각 수 백개의 댓글이 붙었다.

특히 샐러리맨들은 자신의 근무여건과 K씨의 사례를 비교해가며 이번 법원판결의 정당성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먼저 해고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쪽 가운데 ‘본질은 김 모씨가 노조 출신이라는 것’이라며 노조 전임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웹 마스터(다음)’는 “기사 제목을 “노조위원장은 근무시간에 커피마셔도 안잘려”라고 바꾸어야 한다”며 “요즘같은 불황기에 저렇게 근무 태만인 사람이 노조 사람들 말고 또 누가 있겠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souei(다음)’은“노조위원장 끝발이 좋기는 좋은 가보다”며 “완전 왕이구만 말년 병장이야”라고 비꼬았다.

‘우리나라의 근무 강도가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도 눈에 띄었다.

네티즌 ‘jisooyu(네이버)’는 “일본과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데 커피 마시는 데 30분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색다른 주장도 있었다.

‘shinwkim41(동아닷컴)’은 법원판결문에 ‘기술직 사원에게 전산 업무를 맡겨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 회사의 부적절한 인원배치’라는 대목을 반박하며 “요즘은 회사가 살아 남기위해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기능을 처리할 수 있어야만 한다‘며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적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징계사유는 충분하지만 해고는 너무하다”며 법원판결을 옹호했다.

‘capilas(네이버)’는 “참 기막힌 세상”이라고 한탄하며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차 한잔의 여유는 있어야지.노조에 대한 앙금 때문인지 모르지만 칼자루를 쥔자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에또(다음)’는“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일 8시간 근무시간 중 1시간 휴식시간을 제공하게 돼있다”며 “30분 휴식한 게 잘못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는 4시간 근무에 30분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8시간 근무에 보장된 1시간 휴식을 보통 점심시간으로 대체한다. 따라서 ‘에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도움말:조영수 노무사)

미국 등 선진국의 업무강도가 훨씬 더 높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hsi3374(네이버)’는 “미국 직장인들은 쉬지 않고 일만한다?”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미국인들도 근무시간 중에 티타임을 갖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을 비하하지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도 “내가 방문한 미국 회사는 게임 룸이 있더라”며 “창의적인 생각은 놀이에서 나오는 건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요구를 했다간 다 잘릴 것”이라고 자조했다.

특별히 ‘해고가 부당하다’는 쪽에 선 네티즌들 가운데는 말단 사원보다 임원들의 근무형태가 더 불량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zerominj(네이버)’는“그런 사유로 해고하면 임원들은 모두 잘라야 할 것”이라며 “점심시간에 정확히 들어오는 임원들은 보지를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너나없이 한 목소리를 내는 대목도 있다.

바로 비정규직 직원에게 커피심부름을 시킨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

‘임태승(다음)’은 “자신이 일할 시간에 과거 노조위원장이랍시고 전화로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일할 맛이 나겠냐”며 “다음엔 또 다른 비정규직원인 김씨, 박씨, 이씨…에게도 그럴 것이고 결국 회사 사람 다 일할 맛 안 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lubdimm’는 “비정규직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 시킨 것은 직권 남용이 맞다”며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김씨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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