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한국판 양키스’ 맞수만 있다면…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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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계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돈성’이다. 네티즌이 만든 신조어인 이 말은 ‘돈으로 퍼질러대는 삼성’이란 뜻.

삼성 권오택 홍보팀장은 심정수와 박진만의 계약이 이뤄진 23일 “이번에도 돈질 좀 했군”이란 기자의 말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그는 “삼성이 하면 돈질이고 지난해 정수근을 영입한 롯데처럼 다른 구단이 하면 투자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항변했다.

그러고 보면 삼성은 그동안 돈에 관한 한 집중포화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판 뉴욕 양키스란 말도 실은 돈을 앞세워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는 삼성의 행태를 비꼰 부정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삼성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할 만큼 잘못했을까.

삼성과 자주 비유되는 미국의 양키스나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예로 들어보자. 양키스는 올 연봉 총액이 1억8333만달러로 최저인 밀워키(2751만달러)보다 7배가 많았다. 요미우리는 40억2822억엔으로 히로시마(17억1234억엔)의 2.5배 수준. 이에 비해 삼성은 39억3500만원으로 현대(43억5350만원)보다 적었고 꼴찌인 두산(25억7300만원)에 비해선 1.5배에 그쳤다. 물론 내년 시즌 삼성의 1위 등극은 확실하다.

연봉 총액의 절대 비교에서도 삼성은 양키스(약 1943억원)의 50분의 1, 요미우리(약 414억원)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수준이 그 정도는 아닐 게다.

그림자가 있으면 햇살이 있듯이 삼성의 돈질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터. 전체 구단의 입장에선 괴롭기 짝이 없었겠지만 2군 선수단까지 초호화진용으로 구성해 온 삼성의 돈질이 전체 선수의 몸값 상승과 고용증대 효과를 일으켰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타 구단 선수와 지도자 대다수가 내심 삼성에서 한번 뛰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것은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 심정수가 “최고 대우를 해준 삼성에 감사”하고, 박진만이 “대한민국 최고 명문구단”을 운운한 것은 빈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양키스엔 보스턴이란 라이벌이 있고, 요미우리에는 한신이 있듯이 우리 프로야구도 삼성이 지나치게 독주하는 것만은 견제해야 한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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