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상암 징크스’ 분명 있었다

  • 입력 2004년 11월 18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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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제발 골 좀 들어가 다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무승 징크스’는 지긋지긋했다. 2002년 6월 25일 한일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17일 몰디브전 이전까지 1무7패의 아픔이 서려 있는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역시 쉽게 승리의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다.

3월 세계랭킹 136위 몰디브에 당한 0-0 무승부의 수모를 골 세례로 갚겠다던 한국. 6만여 팬들은 시종 가슴 졸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한국은 몰디브를 상대로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지만 골네트를 가른 것은 단 2개. 이기긴 했지만 당초 “5-0 승리는 무난하다”던 대한축구협회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협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이후 한국팀의 1승1무7패의 부진에 대해 “강팀과 싸워서 그랬지 징크스는 아니다”며 이를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보면 분명 ‘상암동 징크스’는 있었다. 몇 수 아래로 평가되던 몰디브였지만 상황은 이상하리만치 한국 편이 아니었다. 당초 2도의 쌀쌀한 날씨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16.5도를 기록한 따뜻한 날씨. 월드컵예선에서 12골로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을 먹은 몰디브 골키퍼 임란 모하메드의 눈부신 선방. 오죽하면 김두현의 선제골까지 골포스트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들어갔을까.

쓰레기 더미에 쌓아 올린 ‘희망’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축구팀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땅’이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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