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0년 만화영화 ‘판타지아’ 개봉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23분


코멘트
1940년 11월 13일 월트 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 ‘판타지아(Fantasia)’가 개봉됐다.

뉴욕 타임스는 다음날 기사에서 “고전음악 8곡을 콘서트홀이 아닌 스크린으로 불러왔다”며 “전통적인 제작 공식을 모조리 버린 대담한 장르”라고 평가했다.

월트 디즈니는 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를 토대로 단편 만화를 구상했다.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물을 긷게 했다가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드는 견습 마법사에는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발탁’됐다.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이를 여러 곡으로 된 장편 만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음악을 ‘보이게’ 하기 위해 곡마다 줄거리를 끌어내야 했다. 제작진은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그려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판타지아에서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사티로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재구성됐다.

디즈니는 매년 다른 음악으로 새로운 판타지아를 만드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2000년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제작비로 300만달러를 투입한 판타지아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

‘대담한 장르’가 대체로 그렇듯 판타지아는 개봉 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사 없이 영상과 음악만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상영시간(2시간15분)이 지루할 만큼 길었다. 가슴을 드러낸 여자 사티로스는 외설 시비를, 흑인 사티로스가 백인 사티로스의 발굽을 닦는 장면은 인종차별 논쟁을 불렀다. 고전음악주의자들은 음악의 격을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1969년 재개봉된 판타지아가 히피족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자 보수단체들은 “만화의 ‘마약적 환상’을 차단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판타지아를 ‘영상세대’들이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1991년 나온 판타지아 비디오는 1400만여장이나 팔렸다.

2000년 1월 1일 3차원 디지털 영상을 동원한 ‘판타지아2000’이 개봉됐다. 음악은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보는’ 음악답게 개봉 첫 4개월간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만 상영됐다. 8곡 가운데 ‘마법사의 제자’를 뺀 나머지 7곡은 새 곡으로 채워졌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