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녕]공무원, 누구를 위한 ‘공복’인가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26분


어느 나라를 가나 공무원을 만나 보면 그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무원이 친절하면 국민의 의식 수준도 높고, 공무원이 뇌물을 밝히면 그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봐도 그다지 틀리지 않는다. 공무원이 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경우는 어떤가. 아직도 다소 권위주의적인 구석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친절해졌고 깨끗해졌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해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이걸 보고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사회와 공무원들이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좋게 봐 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7% 이상의 국민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따가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공노가 15일 예정대로 총파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으로 자칫하면 귀중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전공노가 무리하게 파업을 해서라도 쟁취하려는 것은 일반 근로자들과 똑같은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보장이다. 전공노가 지금은 법외노조지만 공무원노조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정식 노조가 되기 때문에 형식 논리상으론 가능한 요구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일반 근로자와 같은가. 대다수의 국민은 물론이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공무원도 별로 없을 것이다. 전공노 지도부의 파업 강행 방침에 반발해 8일 부산지역본부 남구지부장직을 전격 사퇴한 이두호씨(56)는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이 어떻게 노동자와 같을 수 있겠는가. 만약 같다면 굳이 공복(公僕)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공무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고 또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존재다. 법으로 정년과 신분을 보장해 주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일 게다. 일반 근로자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 아닌가. 여기에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허용하지 않는 단체행동권과 일부 단체교섭권을 제외한 노동권도 보장해 주겠다는데 그것도 미흡하다며 길거리로 뛰쳐 나오겠다는 건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공무원 중에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도 자리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 많다. 또 공무원을 선망해 지금도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학원에서 책과 씨름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공무원과 젊은이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은 길을 택하려는 전공노의 몸부림이 어떻게 비칠까 걱정된다.

전공노 공무원들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위치를 찾아가야 마땅하다.

이진녕 사회부장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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