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개모’ 출범, 집권당 달라져야 한다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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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린우리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당명(黨名)부터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당 지도부와 ‘친노(親盧)세력’을 중심으로 여론이나 야당은 말할 것도 없이 당내의 다른 목소리까지 배척하는 반(反)민주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열림’이나 ‘우리’의 정신은 간 곳 없이 ‘닫힘’과 ‘끼리끼리’의 기운만 팽배한 분위기다.

어제 당내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를 공식 출범시킨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입법’에 대해 야당과의 합의를 주장하고, 국정 안정과 민심 존중을 강조하는 이들은 “한 쪽으로 치우친 당의 모습을 수평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이 모임이 강경론이 지배하는 당 분위기를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바꿔가는 ‘천칭(天秤·저울)’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

그러나 ‘안개모’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일부 의원은 ‘대통령에게 총질하는 행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운운하며 참여 의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나라와 당을 위해, 민심의 편에서 할 말을 하는 의원에게 이런 식의 대응을 해서는 누구에게도 득(得)될 게 없다.

지금 여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어수선한 정국의 중심에서 매듭을 풀고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집권당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파행까지 부른 총리의 막말에 대한 옹호,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 결정에 대한 반발 등은 최근의 사례다. 이러니 국민 10명 중 4명이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사회불안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달라져야 한다. 그러자면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당내의 비판 목소리부터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안개모’ 출범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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