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미디어 포커스’는 KBS대변인?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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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는 2일 밤 방송에서 위성을 통해 휴대전화로 TV를 볼 수 있는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문제점을 10여분간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날 위성DMB를 통해 지상파 3사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 줬다.

그러나 이 소재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있는 데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도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재전송에 반대하는 방송사 노조원들의 시위 장면을 보여 준 뒤 “(콘텐츠도 없는데) 위성DMB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언론학자의 지적을 전했다. 이어 “기존의 방송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송을 본다면 그것이 합당한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기자) 등의 반대 주장을 전달했다.

위성DMB 사업자의 반론을 다루기는 했으나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최양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8월 한국뉴미디어방송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KBS 같은) 국가 기간방송이 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새로운 매체에 재송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 포커스’가 이 문제를 공정하게 다루려면 최 교수의 지적처럼 설득력 있는 반론도 담았어야 하지 않을까.

KBS가 ‘미디어 포커스’를 통해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거론한 것은 위성DMB가 지상파 3사가 추진 중인 ‘지상파 DMB’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위성DMB 등 뉴미디어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사업자간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이 문제는 방송위원회 승인사항으로 5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미디어 포커스’는 특정 주장을 지지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위성DMB에 KBS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자사의 방침을 ‘미디어 포커스’에서 다시 한번 천명한 셈이다.

KBS가 자사 이기주의에 따라 매체비평 프로그램마저도 ‘활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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