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51년 9월18일: 뉴욕타임스 창간

  • 입력 2004년 9월 10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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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재창간의 주역은 신문배달부 출신

'인쇄에 알맞은 모든 뉴스를, 편견과 두려움 없이 보도한다.'

1951년 9월18일. 서방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NYT)가 첫선을 보였다. 창간 당시 제호는 '뉴욕 데일리 타임스'.

1896년 독일계 유태인인 아돌프 S. 옥스가 뉴욕 데일리 타임스를 인수할 당시 이 신문은 싸구려 소설이나 당파적 의견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였다. 옥스는 신문을 인수하자마자 신문가격을 1센트로 내려 3년만에 발행부수를 2만5000부에서 10만부로 끌어올렸다.

사실상 NYT를 재창간한 옥스. 그가 고등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신문사 사환 출신이라는 이력이 흥미롭다. 신문 배달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NYT는 워싱턴포스트(WP)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가족 소유의 신문이다. NYT가 1세기가 넘게 한 가문에서 3대에 걸쳐 4명의 발행인을 배출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미 언론사에서도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중후한 숙녀'의 이미지 탈피

1992년 아서 옥스 설즈버거 2세가 발행인을 맡으면서 NYT는 '중후한 숙녀(Gray Lady)'의 이미지에서 경영과 제작 전반에 걸쳐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컬러로 탈바꿈하게 된다. 설즈버거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아서는 미래를 이해하고 있다. 그는 위대한 신문을 물려받아 더욱 위대한 신문으로 만들었다."

NYT는 2001년 9·11테러 탐사보도를 통해 뉴스의 질과 양에서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그 다음해 퓰리처상 14개 부문 가운데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리고 같은 해 NYT는 WP와 공동 발행해오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을 '독식'함으로써 마침내 NYT 독주의 시대를 열게된다. 당시 NYT의 유료구독부수는 113만부(평일판 기준)로 뛰었고 WP는 74만9000부로 내려앉았다.

♣"이제, 모두가 겸허해져야 할 때"

그러나 하늘을 찌르는 듯 했던 NYT의 기세는 2003년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오보 및 표절사건 등으로 한풀 꺾이게 된다. 이 사건은 '권위는 누리지만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는다'는 스스로의 전통에 먹칠을 한 창사 이래 최대의 스캔들이었다.

NYT는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유례없이 4개면에 걸쳐 대대적인 정정보도 및 사과 기사를 내고, 편집진용을 전면 개편하기에 이른다.

편집국장에 새로 임명된 질 에이브람슨은 이 메일을 통해 기자들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편집국의 모든 부서와 기자들에게 공손함을 다시 불어 넣는 것입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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