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참모총장 '정중부의 난' 거론했나

  • 입력 2004년 9월 3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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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최고 수장인 남재준(대장·육사 25기) 육군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의미하는 고려시대 '정중부의 난'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군은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 퍼지고 있다고, 내일신문이 3일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실제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을 허위로 유포한 데 대해 관련부처와 협의해 면밀히 조사한 뒤, 내일신문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3일 오후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남 총장이 발언한 것으로 유포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차피 문제가 되면 사표 쓰고 아무 때나 나갈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 무슨 문민화냐. 옛날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 뭘 모르는 문신들이 (무신들을) 무시하고 홀대하니까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군검찰 독립은 무슨 황당한 얘기냐. 이는 인민무력부 안에 정치보위부를 두자는 것으로 북한식과 똑같다 … 난 이거 용납못한다 … (한 참석 간부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이걸 막아라. 관련 의원을 따라다니며 로비를 해라.

못 막으면 이번에 진급은 없다. 만일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법무병과는 폐지해야 한다 … (또다른 참석 간부에게) 성우회(퇴역 장성들의 모임)를 찾아가 로비를 해라.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그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지목된 장소는 지난 31일 아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렸던 일반참모부장회의로, 이날 남 총장이 주재한 이 자리에는 육본 인사참모·군수참모·기획참모를 비롯한 소장급 부장들과 중령 이상 실무부서 책임자 등 약 20명이 참석했다.

남 총장은 이날 국방부 문민화, 획득청 설치, 군검찰 독립 및 수사지휘권 부여 등 최근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고 "그 과정에서 나온 민감한 발언이 일부 참석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육군 일부'와 '합참 일각'을 인용,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로 볼때 남 총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게 분명해 보인다"는 견해와 "내용이 거꾸로 알려졌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남 총장은 이와 관련,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나이가 60살인데 그렇게 경솔하게 얘기했겠나"라며 전면 부인했다.

남 총장은 "내가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문민화는 가야될 방향이다. 그건 맞는데 지금 육군의 경우 정책특기라고 해서 직능분야가 있다. 그것만 전공으로 하고 쭉 커온 장교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면 그 장교들 전체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국방부에서 (문민화 계획을) 토의를 한다고 하니 심층분석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서 합리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육군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국방부에서 토의 날짜를 결정한다니 그 자료를 준비하라고 얘기했다"며 유포되는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거기서 정중부 얘기가 왜 나오겠나. 전혀 연관이 안되는 얘기 아니냐. 내가 나이 60인데 혼자 술먹고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간부회의 때 참모들이 쭉 앉아있는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내일신문은 "사실이라면 육군총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라는 군 수사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방부와 청와대 등의 조사로 드러날 사태의 전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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