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법 개정안 時效 논란…법조계 위헌시비 지적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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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의문사위 출범을 위한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의 개정 문제를 놓고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위원회의 조사권한과 대상, 기간을 크게 넓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1, 2기 위원회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관련자들의 비협조에 대해 효과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라는 판단 때문이다.

먼저 조사 대상을 ‘민주화 운동 관련사건’에서 ‘1961년 이후 발생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사망 실종사건’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이 경우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KAL 858기 폭파 사건 등 의혹 제기자가 있는 사건들은 언제든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수많은 ‘의문사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선후를 정해 조사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특히 개정안 가운데 ‘시효(時效)’와 관련된 조항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개정안은 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사건에 대해 ‘범죄 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수사 의뢰 시점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토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위원회는 조사대상이 된 사건의 범법자에 대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헌법 13조의 ‘형벌 불소급’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와 관계없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시점을 ‘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의문사건임을 인정한 때’로 정한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은 또 위원회 조사에 불응하거나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형사처벌하고, 동행명령장 발부와 청문회 개최, 통화 및 금융거래 명세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실상의 수사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강화된 조사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변호사는 “개정안은 민주화운동 과정의 의문사 규명이라는 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좀 더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원회의 현재 조직과 인력으로 방대한 의문사사건을 모두 조사하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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