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눈의 역사 눈의 미학’…시각이 낳은 문화

  • 입력 2004년 7월 9일 17시 51분


◇눈의 역사 눈의 미학/임철규 지음/440쪽 2만2000원 한길사

전근대의 문화가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구전성에 근거한다면, 근대는 시각성 또는 관찰의 체계에 입각해서 자신의 문화를 구성한다. 하지만 눈은 중요성만큼이나 위험한 감각이다.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를 억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은 근대문명의 메커니즘을 대변하는 상징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눈이 바라보던 것은 무엇인가. 그는 신화 철학 역사 미술 문화인류학 등을 넘나들며 근대의 시각성이 배제하고 억압하던 지점들을 더듬어간다. 그리고 눈의 감각성을 스스로 초극하는 ‘지혜의 눈’과,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 ‘눈물 흘리는 눈’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시각성에 대한 연구는 서양학자의 저서를 번역하는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로 정년을 맞이하는 저자는 20년 전에 관심을 가졌던 ‘눈’에 대한 연구를 ‘한국학자의 눈’으로 집대성했다. 따라서 “선학(先學)이나 동시대의 누구도 이런 책을 남기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단순히 자부심의 표현일 수 없다.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눈이 스스로 고백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김동식 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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