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롯데 양상문 감독 “꼴찌 고집 하늘도 알아주네”

  • 입력 2004년 7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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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상문 감독(사진)에게 지옥과 천당은 종이 한 장 차이.

지난 6월 한 달이 그에겐 몇 년처럼 길었다. 30일 동안 치른 25경기에서 고작 4승(6무15패)을 거뒀던 것. 양 감독이 “몇 십 년 야구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을 만큼 6월은 그에겐 ‘잔인한 달’.

하지만 7월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6일까지 단 1패도 없이 3연승. 6월 한달 동안 거둔 승수를 벌써 거의 따라잡았다. ‘희망의 7월’이 된 것. 역전패를 밥 먹듯 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2차례나 짜릿한 역전승. 그래서 더욱 신바람이 난다.

양 감독은 6월 마음고생이 심해 체중이 3kg이나 빠졌다. 그럴수록 술자리를 멀리했다. “안 좋을 때 술을 마시면 폭음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았어요.”

요즘은 경기 끝나면 맥주를 자주 찾는다. 그만큼 마음에 여유를 찾았다는 뜻.

롯데가 승수를 쌓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양상문 감독이 고집해온 소신의 결과.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어도 투수 로테이션만큼은 철썩 같이 지켰다. “투수 코치 10년 경험을 통해 변칙 투수 운용보다는 선수 위주의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는 철학이 생겼습니다. 그 덕분인지 투수진이 안정을 찾은 것 같아요.”

6월에 4.10까지 치솟았던 팀 평균 자책은 7월에는 3.33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필요할 때 ‘한방’ 쳐주는 집중력도 살아났다. 2일 수원 현대전에선 이대호가 1-3으로 뒤진 7회 만루홈런으로 승부를 뒤집더니 6일 마산 두산전에서는 정수근이 결승 3점 홈런을 날렸다.

지난달 30일 전격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한 것도 팀 내 분위기를 되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양 감독은 평소 부산 삼광사와 양산 통도사 같은 사찰을 자주 찾아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야한다”고 되새긴다.

“야구란 참 알 수 없어요. 최선을 다하다보면 하늘이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요.”

올해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지만 양 감독은 어느새 승부의 세계에서 도(道)를 터득한 듯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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