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공격야구로 ‘두산 돌풍’ 이끄는 김경문 감독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9분


올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은 두산을 꼴찌후보로 지목됐다. 그런 예상을 비웃듯 두산은 28일 현재 단독선두. 김경문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하지만 어디 야구가 운으로만 되던가. 두산의 힘은 바로 ‘믿음의 야구’에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은 두산을 꼴찌후보로 지목됐다. 그런 예상을 비웃듯 두산은 28일 현재 단독선두. 김경문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하지만 어디 야구가 운으로만 되던가. 두산의 힘은 바로 ‘믿음의 야구’에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마지막 카드에 항상 ‘메이드’가 되네요. 허허.”

카드 게임을 하다 보면 꼭 마지막 1장에 기다리던 카드가 와 족보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날은 ‘대박’나는 날.

두산 김경문 감독(46)은 최근의 상승세를 “히든카드에 항상 뜬다”고 표현했다. 운이 좋다는 얘기.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의 1위 질주를 운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28일 현재 39승1무30패로 단독 선두. 시즌 전 전문가들이 주저없이 꼴찌로 찍었던 팀이 어떻게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그 중심엔 신임 김경문 감독이 있다.

○화끈하게 점수 뽑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70경기에서 단 한번도 스퀴즈 번트(일명 짜내기) 사인을 낸 적이 없다.

“기회는 많았지만 이상하게 싫더라고요. 타자가 치는 모습을 팬들이 원하지 않겠어요. 선수들도 억지로 짜내는 점수보다는 쳐서 스스로 해결할 때 더 자신감을 갖게 되죠.”

그만큼 팬이 추구하는 공격 야구를 한다는 얘기다.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0-0 동점 9회말 1사 3루에서 끝내기 스퀴즈를 대겠는가?” 김 감독은 “아니다. 그런 야구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9회말 끝내기 스퀴즈는 사실 가장 ‘김빠지는’ 작전이다.

○연장 가면 이겨도 손해

두산은 올해 무승부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무승부.

“무승부는 지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연장전으로 가면 투수들이 혹사당해야 하고 야수들도 지쳐 다음 경기에 영향을 받게 되니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죠. 경기 막판 무승부로 가기 위한 작전은 안 합니다.”

○선수를 믿는다

24일 문학 SK전. 1-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 찬스가 왔다. 타석엔 중심타자 홍성흔. 열이면 열 보내기 번트 상황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신 강공 작전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 팀에서 타점이 가장 많은 선수가 홍성흔이다. 그런 선수를 놔두고 누굴 믿겠는가.”

홍성흔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후속 타자의 안타로 두산은 5-2로 역전승했다.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다

두산엔 올 시즌 주전자리를 꿰찬 신예들이 많다. 손시헌 강봉규 유재웅 이승준…. 지난해 마무리 훈련과 겨울 훈련을 하면서 김 감독이 점찍었던 선수들이다. 그는 이름은 없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이 선수들을 주전으로 내보냈고 모두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7일 한화전에선 왼손에 강한 이승준을 5번 자리에 배치했다. 이승준은 결승 솔로홈런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두산 야구가 항상 이런 식이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선수는 이에 보답한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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