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철용/“웰빙시대, 전원생활 어때요”

  • 입력 2004년 6월 23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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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앙지의 부동산 전문기자 A씨의 부업은 농사짓기다.

주소는 경기 광주시 ○○읍. 300평의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한다. 여름만 되면 친척네로, 친구네로, 취재원네로 채소 배달에 바쁘다.

부인은 마을 부녀회장. 얼마 전 ‘이장을 맡으라’는 동네 어르신들의 엄명을 물리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에는 집 근처 야산에서 산삼 10뿌리를 캐서 모처럼 효자노릇을 했다.

두 아들은 컴퓨터 게임보다 논배미에서 올챙이 잡고 야산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과외는 ‘특A급’. 이웃에 사는 시인과 음악가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 공짜로 독서 지도도 하고 피아노도 가르친다.

A씨는 오전 5시반에 기상해 6시 반에 집을 나선다. 승용차로 분당신도시나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기자실까지 가는 데 40분∼1시간. 오전에 기사를 다 쓰고 나면 오후에는 여유있게 다음날 쓸 거리도 취재할 수 있다. 기자라면 으레 시달리는 업무 스트레스도 별로 없다고 자랑이다.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굳이 서울에 살아서 좋은 게 뭐지’하고 냉정히 생각해봤다. ‘내가 좀더 부지런해지고 아이들을 믿어보자’고 마음을 바꿔먹으니 교통이나 교육여건은 장애가 안 됐다.”

‘어디서 내 집 마련을 하느냐’는 한 가정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결단이다. 대개 ‘아버지는 출근이 쉬워야 하고, 어머니는 시장 보기 편해야 하고, 아이들은 좋은 교육여건을 가져야 한다’는 게 기준이다. 교외에서 대도시로, 다시 중심부로, 또다시 강남이나 ‘8학군’으로, 집 옮기기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강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길 건너 새로 들어선 근사한 아파트가 탐나는 게 어쩔 수 없단다. 강남 산다고 아이들이 다 우등생이 되는 것도 아니란다. 공부를 잘해도 이번엔 ‘유학 보내야 할 텐데…’하는 걱정이다. 한 계단 위의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을 가지려는 노력은 끝이 없다.

A씨처럼 마음을 확 바꿔먹으면 어떨까? 조금 더 부지런 떨 각오하고, ‘어차피 네 인생은 너의 것’ 하고 아이들을 믿고 조바심을 버린다면…. 잘만 하면 아버지는 ‘아침형 인간’으로, 어머니는 평소 꿈꾸던 ‘순박한 시골아낙’으로, 자녀들은 루소의 ‘에밀’ 같은 아이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경제부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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