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다 빈치 코드 1, 2’…‘최후의 만찬’에 담긴 메시

  • 입력 2004년 6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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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열두 제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다빈치 코드’는 왼쪽에서 여섯 번째 인물, 즉 예수의 바로 왼쪽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이며 예수와 막달레나의 겉옷과 망토색이 교차하는 것은 두 사람의 합일을 음양의 조화로 바라본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수와 열두 제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다빈치 코드’는 왼쪽에서 여섯 번째 인물, 즉 예수의 바로 왼쪽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이며 예수와 막달레나의 겉옷과 망토색이 교차하는 것은 두 사람의 합일을 음양의 조화로 바라본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 빈치 코드 1, 2/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각 370쪽 내외 각 7800원 베텔스만

《“미래의 소설은 모두 추리소설이 될 것이다.”

어느 추리작가의 이 같은 예언은 점차 확고해지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미국 내 최고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 ‘다빈치 코드’까지 지적인 베스트셀러는 하나같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장이 한밤중 박물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총을 맞은 상태로 벌거벗은 채 배꼽 부위에 자신의 피로 오각형의 별을 그려놓은 뒤 주변에 원호를 그려놓고는 큰대자로 누워 숨져 있다. 바닥엔 의문의 암호를 남긴다.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Oh, lame saint!)’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한 쌍의 주인공은 기호학을 전공한 중년의 미국 대학교수와 박물관장의 손녀인 미모의 암호해독가. 누명을 뒤집어쓴 두 남녀는 프랑스 수사당국의 숨 가쁜 추격을 피하면서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거대한 비밀조직의 신비를 벗겨낸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토리 구조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논쟁적이다.

연속된 두 숫자의 합을 다음 숫자로 나열한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율 1.618을 상징하는 그리스의 21번째 알파벳 파이(Φ)의 관련성, 알파벳 철자를 재배열해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내는 아나그램, 북극과 남극을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자오선의 이름 ‘로즈라인’, 성배(聖杯)로 알려진 상그리엘이 술잔이 아니라 고대 문서를 상징하는 용어라는 해석….

미국의 평범한 고교 교사였던 저자는 유럽의 수많은 예술작품과 역사, 그리고 서구문명의 상징물에 숨겨진 비의(秘意)의 숲에서 경탄할 만한 이야기를 건져낸다. 그리고 1099년부터 실존했던 비밀결사체 ‘시온수도회(Priory of Sion)’와 로마 가톨릭의 현존 결사체인 ‘오푸스데이(Opus Dei)’를 두 개의 축으로 빈틈없는 음모론을 구축한다.

그것은 로마 가톨릭이 마녀재판과 이교도에 대한 공격으로 여성성과 다양성을 억압했다는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다.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은 바로 그런 비판의 알레고리로 재해석된다. 브라운은 심지어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와 아이까지 낳고 살았던 인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이 발표된 지난해 미국 가톨릭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으로 여론의 맹공을 받고 있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이 소설은 16세기 화가 파르미지아노의 작품 ‘긴 목의 성모’에 얽힌 살인사건의 추적을 통해 서구미술사에 숨어있는 반기독교적 전통을 폭로한 송대방의 소설 ‘헤르메스의 기둥’을 연상시킨다. ‘다빈치 코드’는 ‘헤르메스의 기둥’의 할리우드 판이라고 할 만큼 보다 박진감 넘치고 스케일이 크다. 또한 주인공이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해리슨 포드를 명백히 의식할 만큼 대중문화와 텍스트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농담을 건넬 여유를 지녔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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