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US 오픈, 노장 허스 선두

  • 입력 2004년 6월 18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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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하스(51·미국)는 클럽하우스에서 느긋하게 세 딸과 점심을 즐겼다.

식사를 마친 뒤엔 오후에 티오프하는 둘째 아들 윌리엄 하스(22)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10번홀로 나갔다. 골프치는 자녀를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여느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TV와 신문 기자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들기 전까진 제이 하스가 US 오픈 첫 날 선두로 나선 선수라는 점을 알 수가 없었다.

17일 미국 뉴욕주 사우스햄턴의 시네콕 힐스 GC(파70)에서 열린 제104회 US오픈 골프대회(총상금 625만달러) 1라운드.

안개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로 절반 가량의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백전노장' 하스는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6타를 치며 마루야마 시게키(일본)와 함께 공동 선두로 나서는 '깜짝쇼'를 펼쳤다.

오전 티오프조로 하스와 같이 라운드한 선수들은 명예의 전당 멤버이자 만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는 톰 카이트와 레이몬드 플로이드(이상 미국).

20대의 싱싱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할아버지조'였지만 하스는 칩샷과 퍼팅의 숏게임에서 노련함을 보였다. 그는 "퍼팅과 치핑의 숏게임에서 자신감을 가졌고 특히 치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시네콕 힐스 GC에선 95년 우승자 코리 페이빈(미국)의 예에서 보듯 숏게임이 생존비결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 셈.

77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문, 28년째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하스는 93년 텍사스 오픈 이후 PGA 우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올시즌 '톱10' 5차례에 상금랭킹 26위(123만달러)로 상승세에 있다.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역시 시네콕 힐스 GC에서 열린 95년 US 오픈 4위. 2남 3녀의 아빠로 두 아들 모두 아마추어 골프 선수로 뛰고 있다.

아버지 제이와 아들 윌리엄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자 선수'로 US 오픈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둘다 컷오프 탈락했으나 이번 대회에선 윌리엄도 17번홀까지 3오버파 73타(공동 62위)로 선전했다.

90년 헤일 어윈(미국)이 세운 US 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45세15일)에 도전하고 있는 제이 하스는 "'오늘이 역대 최고의 플레이였냐'고 사람들이 묻지만 우승하기 전까진 최고의 플레이였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1라운드에선 시네콕 힐스의 명성에 걸맞게 오버파 스코어가 속출했다. 155명 가운데 불과 12명만이 언더파 플레이를 펼쳤고 8개월만에 PGA로 돌아온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13오버파 83타의 쇼킹한 스코어로 꼴찌를 했다. 닉 팔도(영국·11오버파)와 스튜어트 애플비(호주·9오버파)의 스코어 역시 충격적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공동 42위(2오버파)로 부진한 반면 마스터스 우승자 필 미켈슨(미국)과 올시즌 상금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은 2언더로 나란히 공동 4위. 둘은 각각 15번홀과 14번홀을 소화한 상태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버디 없이 보기만 6개를 기록, 공동 122위로 컷오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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