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아빠, 이제 활짝 웃으세요”…‘효녀골퍼’ 김소희 첫우승

  • 입력 2004년 6월 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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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제가 해냈어요”폐암 투병 중인 아버지 김주영씨(오른쪽)에게 프로 첫 우승의 기쁨을 선사한 ‘신예’ 김소희(왼쪽)가 우승을 확정지은 후 울먹이며 아버지 품에 안기고 있다. 가운데는 어머니 서인순씨. 용인=박경모기자
“아빠, 제가 해냈어요”
폐암 투병 중인 아버지 김주영씨(오른쪽)에게 프로 첫 우승의 기쁨을 선사한 ‘신예’ 김소희(왼쪽)가 우승을 확정지은 후 울먹이며 아버지 품에 안기고 있다. 가운데는 어머니 서인순씨. 용인=박경모기자
김소희(22·빈폴골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딸을 지켜보던 아버지 김주영씨(51)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그저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다”는 말만 건넸다. 아빠를 껴안은 김소희는 “건강하셔야 돼요”라며 다시 울먹였다. 그의 빨간색 티셔츠엔 ‘I ♥ Father’(아빠, 사랑해요)가 수놓여 있었다.

루키 김소희가 제4회 레이크사이드 여자 오픈대회(상금 2억원)에서 감격적인 프로 첫 우승컵을 폐암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바쳤다.

4일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 1,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2언더파의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던 김소희는 이날 보기를 3개 했으나 버디도 5개 잡아내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그의 아버지 김씨는 지난해 4월 신장암 수술을 받았으나 암이 폐로 전이되는 바람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김씨는 “폐암 말기라 의사들이 고칠 수 없다고 해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소희가 우승해 병이 낫는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2녀 중 막내인 김소희가 경기 수원시 구운중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이후 김씨는 10년간 캐디백을 메고 딸을 돌봤다. 갤러리로 경기를 지켜본 것은 지난달 MBC-XCANVAS오픈(7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고.

I ♥ Father
최종 3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날린 뒤 타구방향을 지켜보는 김소희. 왼쪽 가슴에 ‘I ♥ Father’가 수놓여 있다. 사진제공 KLPGA

오래 서 있기 힘든 몸인데도 김씨는 이번 대회 3라운드 내내 딸의 경기를 따라다녔다. 그는 “저녁엔 다리를 주물러야 잠을 잘 수 있는데 소희가 1, 2라운드 계속 선두에 나선 때문인지 어제 저녁에는 다리도 안 주무르고 잤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정성이 통했을까. 지난해 2부투어에서 4차례 ‘톱10’에 올랐으나 우승이 없었던 김소희는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플레이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쳤다.

“아버지의 병이 나을 수 있다면 매홀 버디를 하겠다”던 그는 3라운드 동안 무려 17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우승상금(3600만원)을 모두 아버지에게 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신인왕과 상금왕을 휩쓴 김주미(하이마트)는 이글 1개 포함해 6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2위(11언더파 205타)를 차지했고, 데일리베스트인 65타를 때린 김희정(MFS골프)은 3위(9언더파 207타)에 올랐다.

용인=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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