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니아칼럼]손지환의 반란

  • 입력 2004년 5월 3일 19시 23분


손지환 선수의 반란(시즌 26차전)

오늘 경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손지환 선수의 반란이었다. 손지환 선수는 FA 자격을 간신히 획득한 후 팀 적응이 어려웠다는 둥 갖은 핑계를 대며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을 일삼던 진필중 선수의 보상선수로서 엘지 트윈스에서 타이거즈로 이적해왔다.

손지환 선수는 전지훈련지의 연습게임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일약 타이거즈 주전 3루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패넌트레이스에 들어서 손지환 선수의 활약은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의 페이스와는 사뭇달랐다.

그리고 다시 타이거즈 3루수는 경쟁체제로 돌변하였고 다시 이현곤 선수 서동욱 선수와 더불어 삼각레이스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비와 공격력에 있어서 모두 조금씩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것이다.

그러나 오늘 손지환 선수는 반란을 보여주었다. 보상 선수가 아니라 당당한 주전 후보란 사실을 보여주었다. 스타팅 멤버로 뛰었던 허준 선수를 대신하여 7번타자로 나선 그가 멋진 역전 3점 홈런을 보여주므로서경쟁자중 가장 앞서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당분간 주전 자리는 그의 몫으로 변했다.

선제점 그리고 얻지 못한 점수

어제 타이거즈는 고우석 선수가 지나치게 일찍 무너져 내려버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것은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말해줌과 동시에 반드시 구위가 좋다고해서 좋은 선발 투수는 아니란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후 등판한 투수들의 호투가 빛을 발하지 못한 까닭은 고우석 선수의 실망스러운 피칭에서 기인한다.

모름지기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투수의 비중이 크다. 타이거즈 선발 훌리오 마뇽 선수와 엘지 트윈스 선발 장문석의 대결로 펼쳐진 오늘 경기는 투수전이 되지는 않을것이란 일반적인 전망을 낳았다. 다만 장문석 선수가 조금은 나은 경기를 펼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어느정도 맞았다.

선취점은 타이거즈 몫이었다. 타이거즈는 2사후 홍세완 선수가 6구를 통타하여 중전 안타로 출루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예상을 깨고 4번 타순을 꿰찬 심재학 선수가 타순에 걸맞게 우월 2점 홈런을 쳐주며 4번타자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어 심재학 선수의 홈런에 컨트롤이 흔들린 장문석 선수는 이재주 선수에게 초구 사구를 허용했고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재홍 선수는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2사 2.3루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삼각편대의 싸움탓에 단한번도 선발출장하지 못했던 허준 선수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무너뜨릴수 있었던 장문석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오늘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게 만들었다.

어려운 경기가 만들어진 또하나는 엘지 트윈스의 조인성이었다. 김종국 선수는 1사후 중전 안타로 진루했고 타이거즈는 병살타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종범 선수 타석때 치고 달리기 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조인성은 피치아웃을 요구했고 발빠른 김종국 선수가 걸려들고 말았다. 이후 이종범 선수가 좌월 2루타를 만들어냈으니 땅을 칠 일이었다.

집중 공격 무서운 트윈스 타선

얻어야할 점수를 얻지 못한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위기 뒤의 찬스. 그말은 꼭 이런경우에 사용되는 말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엘지 트윈스의 집중적인 공격력을 이미 맛봤던 탓일까? 엘지 트윈스의 공격은 정말 날카롭고 매서웠다. 3회초 1사후 권용관 선수가 좌월 2루타성 안타로 진루했다. 그리고 이병규 선수가 우전 안타로 1사 1.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반면 부실한 수비를 타이거즈가 보여주기 시작했다. 최만호 선수가 친 좌익수 플라이볼은 너무 짧아서 도저히 3루주자가 홈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재홍 선수는 내야수에게 공을 던진것이 아니라 포수에게 다이렉트로 송구를 했고 이틈을 타 이병규 선수가 2루 진출을 시도했고 당황한 김지훈 선수는 볼을 제대로 보지 않아 실책을 범했으며 내야수에게 공을 던질것을 예상한 훌리오 마뇽 선수가 백업을 가지 않은 탓에 이사이 3루주자 권용관 선수는 홈으로 쇄도했고 그사이 다시 이병규 선수는 3루에 진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주지 않아도 좋을 점수를 너무 쉽게 내어줘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경기의 어려움에 대한 대변이었다.

3회와 4회 숨고르리글 한 엘지 트윈스는 5회 다시한번 무서움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타순이 두번째 돌아서자 엘지 트윈스 타자들은 마뇽의 공을 쉽게 쳐내기 시작했고 조인성은 그 물꼬를 텃다. 선두 조인성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종렬의 유격수 땅볼때 2루에 진루했고 이후 활화산 같은 엘지트윈스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권용관 선수는 우월 3루타로 조인성을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었고 이병규는 우전 안타로 권용관을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했다. 이때 이미 마뇽 선수는 교체를 해주어야했다. 마뇽 선수가 엘지의 좌타라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최만호 선수가 다시 우월 3루타로 이병규를 불러들였고 훌리오 마뇽 선수는 더이상 마운드에 있지 않았다. 엘지 트윈스의 좌타라인은 멈춤이 없었다. 마틴은 바뀐 오철민 선수의 초구를 노려 우월 2루타성 안타로 또한점을 불러들여 순식간에 점수차를 3점 차로 벌이며 오늘 승리가 엘지 트윈스라고 시위를 했다.

한점의 만회 아직 무르익지 않은 기회

5회말 이종범 선수는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장성호 선수가 다시 중월 2루타로 이종범 선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로서 한점을 만회했고 또다시 한점을 더 불러들여 경기의 승부를 예측할 수 없도록 풀어가는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를 갖었다. 그러나 다음이 풀리지 않았다. 아직 타이거즈에게 운이 돌아오지 않은것으로 보였다.

홍세완 선수의 날카로운 타격은 제 5의 내야수라 불리는 투수에게 잡혔고 4번 심재학 선수의 2루타성의 날카로운 타구도 유격수 호수비에 걸리는 불운을 타이거즈가 겪었다. 이재주 선수의 투수 땅볼은 그런 타이거즈의 힘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그러나 김재현 선수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오철민 선수 대신 들어선 유동훈 선수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유동훈 선수는 엘지 트윈스의 공격을 2.1 이닝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이어 들어선 이강철 선수가 엘지 트윈스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힘을 냈다.

반란은 시작되고..

그리고 8회말 드디어 반란은 시작되었다. 1사후 오늘 홈런으로 선취 득점을 올렸던 심재학 선수를 빼고 부진에 빠져있는 마해영 선수를 기용했다. 그리고 마해영 선수는 침착하게 서승화 선수의 공을 골라내어 4사구를 얻어내어 진루했다. 이어 이재주 선수가 3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잃는듯했으나 박재홍 선수가 또한번의 4사구를 얻어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손지환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한 한이라고 할까? 손지환 선수는 날카로운 피칭으로 타이거즈 타선을 요리하던 서승화 선수의 3구째를 통타하여 좌월 역전 3점 홈런을 만들었고 그것은 결국 결승 타점이되었다.

그리고 모든것은 끝났다. 이어 9회초에 좌타라인인 엘지 트윈스를 상대하기 위하여 조규제 선수가 등판하였고 조규제 선수가 이병규 선수를 11구만에 중견수 플라이로 이어 투수 실책으로 최만호를 1루에 내보내긴 했지만 박용택을 좌익수 플라이로 그리고 김재현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게임을 매조지했다.

오늘 경기의 가장 큰 변화는 타순이었다. 부진했던 마해영 선수를 스타팅에서 제외하면서 이재주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고 김종국 선수를 9번으로 내려보내면서 장성호 선수를 2번에 그리고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는 심재학 선수를 4번에 전진 배치하면서 전체적으로 앞쪽에 치우치는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이승호 선수와 더불어 엘지 트윈스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장문석 선수를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손지환 선수는 오늘 이한방으로 작년내내 보여주었던 화려한 진필중 선수의 가치를 넘어서게 되었다. 적어도 오늘부터 내내 2군만 전전한다고 해도 말이다.

승리투수 - 이강철

패전투수 - 서승화

세이브 - 조규제

박기웅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tigersfighting@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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