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마지막 3金’ 강제퇴출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21분


코멘트
“이젠 정치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진입과 자신의 ‘10선 고지’ 등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실패한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16일 측근들과 만나 “한계를 느낀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1961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5·16군사쿠데타’에 주역으로 가담해 한국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JP가 43년의 영욕 끝에 쓸쓸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78세의 그는 “요즘도 세컨드샷이 200야드는 나간다”고 건강을 자랑한다. 하지만 3김 시대의 종말과 새 리더십 창출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데는 힘이 부친 듯하다.

그는 5공 시절 정치규제, 87년 대선 출마, 90년 3당 합당과 민자당 탈당, 자민련 창당 후 15대 총선에서의 50석 확보, 97년 ‘DJP’ 공조 및 파기, 16대 총선 참패 등의 풍상을 겪으면서도 정치권의 한 축을 이뤄 왔다.

그를 지탱해 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충청이라는 텃밭이었다. 그러나 충청은 이번 총선에서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정당 득표율에서 자민련은 고작 대전 14.5%, 충남 23.8%, 충북 6.3%를 얻는 데 그쳤다.

총선을 앞두고 그는 정계은퇴의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당 일각의 요구를 받았으나 일축했다. 또 당사를 대전으로 옮겨서라도 충청 표심에 호소해야 한다는 막판 건의도 물리쳤다. 표심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보지도 못하고 무너진 셈이다.

그는 또 총선 기간 중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10선을 노리는 것은 욕심 아니냐”는 지적에 “6번을 달라고 했는데 당에서 1번을 줬다”고 구차하게 해명하기도 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변화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자업자득이다”고 말했다.

레바논 태생의 시인 칼릴 지브란은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비례대표 1번을 받고도 ‘3%의 벽’을 넘지 못해 ‘강제 퇴출’되는 그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용관 정치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