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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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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경제 민생부터 챙기길 ▼
이 국면에서 국민의 최우선적인 바람은 한 가지 초점에 모아진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과거보다 입지가 훨씬 강화된 여당은 이제 국정책임을 남에게 떠넘길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여당과 정부가 국민의 뜻을 도외시하고 지난 1년과 같은 서투른 행보를 계속할 경우 국민은 단호히 등을 돌릴 것이다. 오늘 선거결과를 보며 대다수 국민은 혼돈과 불안을 빨리 잠재우고 민생을 챙기라고 여당에 주문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우리 경쟁국들은 엄청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공산국가 중국은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역에 하버드대 의대와 존스홉킨스대 의대에 수십만평의 땅을 공여하면서 의료기술의 선진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에 해외의료기관이 들어올 경우 ‘국내 환자는 진료할 수 없다’는 규제 만들기에 열을 올렸을 뿐이다.
대만은 ‘핵심부품은 국내에, 조립은 중국 본토에’라는 원칙 아래 임금상승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空洞化)에 대응한 반면, 우리는 국내기업들이 썰물처럼 중국 등으로 이전하는데도 ‘정부는 노조편’이라는 시각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가 이미 실효성이 없음을 누구나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재벌을 잡아야 한다’는 감성적 접근으로 논쟁만 지속될 뿐 규제 타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벌 문제와 관련해 내부거래 감독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과거의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기업 목조르기만 늘려가고 있다.
총선 후 정부와 여당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첫째, 정치사회적 혼돈과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자신을 반성하고 야당과 화해해야 한다. 감성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계속할 경우 국민은 계속 불안할 것이며, 소비나 투자는 결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자유경제, 시장주의의 국가경영 기조를 정립한 뒤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지금 기업인들로부터 이에 대한 믿음을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투자라면 고개를 흔든다. 사업해서 돈 벌어봐야 임금인상 요구에 시달릴 뿐 적정 부분이 주주 몫으로 돌아올 리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셋째, 규제 타파로 투자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투자 활성화는 성장률을 높이고 청년실업을 감소시킬 것이다. 현재 국내 제조업의 공장가동률은 적정 수준을 넘어선 83% 수준이다. 즉 투자마인드 제고정책이 잘 먹힐 타이밍이다.
▼남발된 ‘선심정책’ 실효성 있나 ▼
그렇다고 우리 실력 이상의 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 국가부채를 갚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에 각종 선심정책 및 통화 남발로 투자를 촉진하고 개인대출과 카드 사용 확대로 소비를 자극해 고도성장을 추구한 바 있다. 그 후유증으로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이르렀고 갈 데 없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려 부동산 버블을 키웠다. 결국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이런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 선거과정에서 남발한 정책들은 대부분 이런 선심정책들로서 상당 부분 ‘공약화(空約化)’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경제정책들이 혼선 없이 현장까지 매끈하게 전달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를 갖추고, 신뢰가 가는 인재들로 경제팀을 재조직하는 일이다. 이제 공은 정부와 여당에 던져졌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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