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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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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1월에 내놓은 경기전망을 수정하면서 ‘경기낙관론’을 폈다.
박 총재는 이어 “올해 고용은 지난해보다 55만명 늘어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고용낙관론’까지 펼쳤다.
고용낙관론의 근거는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과 산업은행의 ‘2004년 설비투자계획’ 자료였다. 2월 취업자가 지난해 2월보다 51만명 늘어나고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4.6%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경기전망 수정의 이유로는 수출 호조로 1·4분기(1∼3월) 경상수지 흑자가 한은의 연간 전망치인 60억달러에 이미 다가섰고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박 총재의 경기낙관론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잃었다는 판단이다. 낙관론의 원인을 제공한 산업은행과 통계청은 비관론의 근거도 똑같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기업들의 시설자금 대출 규모가 1·4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19.3%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3월 소비자 기대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내수 침체와 설비투자 부진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박 총재가 낙관론에 유리한 사실만을 취사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다.
더 큰 의문점은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고용전망자료까지 동원했다는 점이다. 청년실업자의 표를 의식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일이다.
게다가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이례적으로 수정전망을 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박 총재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박 총재의 낙관론에 동의하는 기업인들은 많지 않다. 금융계 인사는 “그렇게 경기가 좋아질 것 같으면 한은이 왜 콜금리를 동결했느냐”고 반문했다.
박 총재의 경기낙관론은 한은의 위상과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생각이다. 박 총재는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가 어떻게 처신하는지 먼저 살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중현 경제부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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