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쪼개질 정당’ 보고 투표하란 말인가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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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씨에 이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명계남씨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 분당론’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말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노선 투쟁과 이해 충돌이 불가피함을 예고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서 현 집권 세력 내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다. 어떤 명분을 둘러대고 군색한 해명을 한다고 한들 이들의 말은 결국 유권자에게 ‘쪼개질 정당’을 보고 투표하란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명씨는 “탄핵 이후 당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 묻은 사람, 흙 묻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씨는 “말이 안 되는 사람들이 후보로 많이 뽑혔다”며 ‘잡탕’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지금 열린우리당 안에는 자질과 인품이 부족한 사람들이 오합지졸(烏合之卒)처럼 모여 있는 셈이다. 이런 부적격 인사 하나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겉으론 요란하게 ‘새 정치’와 ‘신당’을 외쳤다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만 진성(眞性) 당원이라면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목표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두 사람은 발언이 파문을 빚자 어제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탈당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당적과 상관없이 그들은 여전히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위상도 건재하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이들의 분당론을 어떻게 보는지, 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권자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표를 달라는 열린우리당의 요구가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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