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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6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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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직장인의 은행 주거래통장을 공략하는 신상품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은행 저축예금 통장을 월급통장으로 쓰지 말고 연 3% 이상의 고금리를 주는 증권사계좌를 주거래통장으로 활용하라’는 게 캠페인의 골자다.
직장인의 월급통장을 증권사로 가져오기 위해 은행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사소한 신경전으로 깎아내릴 수 있지만 이런 미묘한 경쟁심리에서 금융회사간의 두꺼운 사업영역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증권사가 내놓는 주거래통장은 ‘상품성’이 있어 보인다. 일단 금리가 높다. 삼성증권의 주거래통장 SMA(삼성자산관리계좌)는 통장예치금을 자동으로 국공채 투자전용 머니마켓펀드(MMF)로 운용해 연 3% 정도의 이자를 준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어음관리계좌(CMA)자산관리통장’도 연 3∼4%대의 이자가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공과금 자동납부와 자동이체, 자동화기기(ATM)를 통한 입출금 등 웬만한 은행 통장기능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 정도면 ‘이 참에 통장을 바꿔볼까’하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올해 들어 증권업계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자진폐업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증권사의 위탁매매 의존도는 2001년 61%에서 2002년 80%로 높아졌으나 평균 위탁수수료율은 같은 기간 0.19%에서 0.17%로 떨어졌다. 위탁수수료로 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증권사가 속출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는 증권사의 고유영역인 펀드 판매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가열되고 있는 금융회사간 경쟁을 ‘고객자산 획득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고객자산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월급통장을 바꾸자’는 증권사의 캠페인도 따지고 보면 자산획득 전쟁의 일부분이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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