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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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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시티파크’ 견본주택 근처에서 만난 ‘떴다방’ 업자 4명과의 ‘즉석 좌담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투기꾼, 아니 투자자들 하고 물건 주고받으면서 집값 부풀리니까 그러잖아요.
A=우리가 투기 부채질하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똑바로 해 보세요. 이런 생고생을 자청하겠나. 우리도 다 사무실 있어요.
B=맞아. 중개업은 자영업인데, 정책과 시장 분위기가 우릴 ‘배곯는 프리랜서’로 만들어 놓았어.
―부동산정책이 뭐가 잘못됐습니까?
A=오락가락 하잖아요. 그러니까 타이밍 노려서 한탕 하는 투기꾼 생기고, 거기 빌붙어 사는 우리 같은 사람도 생기고….
C=부동산정책은 본래 뜨거우면 찬물 끼얹고 너무 차면 불 지펴야 하는 거 아냐? 문제는 어차피 분위기 바뀌면 뒤집어야 하니까 대충 만드는 것이지.
D=다 ‘눈 가리고 아웅’이에요. 분위기만 잡는 거지. 겁 많은 서민들만 손해 보고….
―시티파크 당첨자 중에서 투자자는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A=젊은 사람이 여기 분양받을 돈 있으면 이상한 거 아닙니까? 나이 든 사람이라면…글쎄요, 그림 같은 빌라나 전원주택 많은데 굳이 여기서 살고 싶을까? 제 눈엔 90% 이상 투자자예요.
D=내가 아는 분은 당첨됐다가 세무조사가 두려워 계약을 포기했는데 어떻게 계약률이 100%로 나왔는지….
―요즘 일하기 힘드시죠?
B=모르는 말씀. 얼마 전 경기도 ○○지구에서 ‘짱 한다’(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업체가 당첨자 명의를 바꿔 기재해 불법 전매를 눈감아주는 일)고 해서 난리 났어요. 문제가 커지니까 미계약으로 원위치시켜 선착순 분양했는데 그 물량 넘겨 받아 재미 좀 봤죠. 건설업체 우리 없으면 일하기 힘들걸요.
100% 믿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10∼20년의 ‘현장 공력’으로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을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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