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20회… 셔플 X 운명의 고리 7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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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하하하하하.”

“왜 그렇게 웃나?”

“하하하하, 그때 주먹밥, 너무 우스웠죠, 하하하하.”

“아아, 주먹밥.”

“하하하하, 간수 홍씨를 매수해서 아주머니하고 제 아내가 차입을 넣어주게 되었는데, 하하하, 제 아내가 넣어준 주먹밥을 먹으려는 찰나에, 하하하하, 사찰계가 둘러보러 나타나서, 하하하하하하, 난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았는데, 아저씨는, 아이고, 세상에.”

“들키면 또 신나게 얻어터질 것 아닌가.”

“아이고, 엉덩이 밑에 숨기면 되는데, 변기 뚜껑까지 열어서, 하하하하하하.”

“기름종이에 싸여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하하하하, 변기에서 주먹밥을 꺼내서, 하하하하.”

“먹었지.”

“냄새가 좀 나는데, 하면서 우적우적, 풋하하하하하하.”

“그때도 우스웠지. 왜 그 젊은 남자가 창녕 소년원에서 이송되었다면서 새로 들어왔잖나. 우린 CIC나 CIA의 스파이일 거라고 생각하고 서로 눈짓했지. 그때 밀양 수리조합의 총무과장 고만석하고 유도의 김유헌도 같이 있었나? 권투의 김남용이 배를 찌른 후였나…전이었나?”

“김남용 선수도 같이 있었죠. 낯선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일단은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안전했으니까요. 놈들은 첫날은 우리들 잡담에 끼어들지만, 둘째 날이면 반드시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둘째 날 밤이 깊자, 놈이 인민군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죠, 버러지 같은 놈!”

“다 개죽음이지, 하고 대답했지.”

“인민군이 우릴 살려줄 거라고 대답했다가는, 그날이 장삿날이니까.”

천장에서 검은 벌레가 떨어져 변기 널빤지 사이로 기어 들어갔다.

“아이고, 이게 뭐야! DDT 차입이 끊어지니까 빈대가 득시글거리는군.”

“요즘은 차입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 인민군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부산 포로수용소 부소장이니까, 아마 이리저리로 손을 쓰고 있을 겁니다.”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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