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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5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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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을 수배하고 검거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걱정을 떨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초 15차례 강절도 행각을 벌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많은 범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력범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 비중이 큰 사건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사진이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이후에도 한동안 별다른 수사의 진전이 없었다.
경찰이 수사력을 대폭 보강하고 검거에 바짝 열을 올린 것은 올해 설 무렵이다. 인터넷에 이씨가 강도 얼짱으로 떠오른 뒤였다. 이후 경찰은 평소와는 달리 이들을 맹추격했다.
그 이유는 바로 ‘전국적 화제 사건 해결=특진’이라는 ‘공식’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은 검거 보고를 받자마자 김상봉(金常俸) 경북지방경찰청장에게 “공을 세운 직원들을 격려하고 특진시켜라”라고 지시했다.
어찌 보면 이씨는 종범에 가깝다. 경찰도 남자친구가 주범이고 이씨는 끌려다니다시피 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거에 나선 한 경찰은 “범죄 자체보다는 화제를 모은 사건이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며칠 전 최 청장이 ‘미아 실종자 부모 간담회’를 마친 뒤 실종자 가족들과 식사하던 중 동석한 가족에게 납치범이 협박전화를 건 일이 있다. 납치범은 1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청장이 있는 자리에 ‘감히’ 협박전화를 했으니 경찰이 평소와 달리 전광석화처럼 움직였을 것임은 뻔한 일이다.
경찰은 강도 얼짱 검거와 관련해 “전국적 관심을 끈 사건을 해결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노출되지 않은 범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쯤 헤아려 볼 일이다.
‘포퓰리즘’(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태도)이 경찰의 제1 수사 원칙으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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