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정신 못차렸다

  • 입력 2004년 2월 9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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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중인 서청원 의원에 대한 석방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전격 상정해 가결시켰다.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진 대변인은 “검찰의 표적수사와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입법부 차원에서 견제하고 저지한 것”이라고 자평(自評)했지만 이 말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박 대변인은 재적의원 220명 중 찬성 158, 반대 60, 기권 2로 통과된 점을 강조한 듯 “의원 개개인의 의회민주주의를 위한 양심과 양식에 따른 판단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 수가 과반인 147명이고, 구속된 7명을 빼더라도 투표가 가능한 의원 수가 140명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 통과로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서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02년 10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10억원을 받아 자신의 사위에게 건네 사용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김 회장이 보낸 팩스 한 장만을 근거로 서 의원을 구속한 것은 명백한 편파수사”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불법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10여명에 달하는 여야 의원들도 모두 자신은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해서도 석방동의안을 제출해 통과시켜야 맞다. 당장 같은 당의 최돈웅 김영일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의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벗어난 입법 권력의 남용이자 일탈이다. “16대 국회를 방탄 국회에 이어 끝내 비리의원 석방 국회로 만들었다”는 여당의 비판도 무리가 아니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몰염치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다니 이러고도 국민의 지지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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