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 뚫린 금융실명제와 금융감독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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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민등록번호로 개설된 금융계좌가 398만건에 이른다니, 이런 기초적인 자료조차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시행해 왔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신분증 확인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잘못된 번호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시스템을 가동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후유증이 우려된다. 국세청은 주민등록번호 오류로 종합금융소득세를 덜 낸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세금을 추징하기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생각지도 못한 세금을 갑자기 부과당하는 납세자의 당혹스러움이나 번거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조세제도와 금융실명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질 것이다.

지금은 조그만 인터넷사이트도 회원을 가입시킬 때 고객이 틀린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내면 실시간으로 진위를 확인한다.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며 고객의 귀중한 재산을 다루는 금융회사의 시스템이 이보다 허술하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 당국은 주민등록번호를 소홀히 다루는 데 책임이 큰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실명제를 시행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야 이를 알아차릴 정도라면 금융감독 당국은 지금까지 무얼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정부는 또 감독 소홀로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주식투자자들의 ‘유령주’ 피해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사 빠진 금융감독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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