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91…목격자 (7)

  • 입력 2003년 12월 14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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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민족 청년단 단장 박씨가 민주 애국 청년 동맹의 전단지도 보여 줍디다…아아, 그러니까…바로 이겁니다….

1. 전 민주주의 애국 청년을 단결시켜, 민주 독립 건설에 전력을 집중한다.

2. 조선에 있는 일본제국주의의 잔재와 봉건제의 숙청을 기한다.

3. 청년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익을 위하여 헌신한다.

4. 모스크바 삼상 결정의 정확한 실천으로 조선 부흥을 위한 모든 사업에 전면적으로 적극 참여한다.

5. 전 세계 청년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항구적 평화 수립을 위해 노력한다.

6. 심신을 연마하고 진리를 탐구하여 민족 문화의 부흥, 과학 지식의 보급, 향상, 특히 문맹 퇴치 사업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네…이런 거 다 헛소립니다…대관절 말입니다, 빨갱이는 공산당과 소련의 법률이 절대적이라, 비판과 반대 의견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배반하는 자는 즉각 숙청 아닙니까? 사문난적보다 더 잔인하단 말입니다. 아니, 어떤 하나의 사상으로 전 국민의 사상과 신조를 구속하는 거니까,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이나 중국을 식민지로 삼은 것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아, 예…하던 얘기를 마저 하죠…부산상고하고 경남상고는 서로 부산의 이 끝에서 저 끝인 진구와 서구에 있으니까, 그 후로는 이우근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 다시 만났죠. 부산역 근처…용두동에섭니다…골목길이 있잖습니까…잘 모르시겠다고요…아, 하기야 골목길이 아주 많으니까요…아, 골목길은 골목길이지만, 차들도 다니니까, 비교적 넓은 편이죠, 금방 큰길로 빠질 수도 있고…필요하시다면, 나중에 안내를 하지요.

비는 내리는데, 학생들 대여섯 명이 우근이를 둘러싸고 있습디다. 전국 학생 연맹 놈들이었어요. 그런데 말이죠…어떻게든 구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아니죠, 공감을 해서가 아니고…빨갱이는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때려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하지만…맞아요, 그겁니다…죽마고우 아닙니까, 대용식 빵을 둘로 나눠 먹었던 사이니까요…나는 우산을 접어서 손에 꽉 쥐고, 빗속을 뛰었습니다. 멈춰, 그 녀석, 내 친구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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