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렇게 바꾸자]<6·끝>국회 포지티브 경쟁

입력 2003-12-12 17:58수정 2009-10-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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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회가 국민에게 질 높은 정치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대한 지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법활동에 대한 지원에 인색할 경우 부실국회가 될 수밖에 없으며 ‘지원 확대 반대 여론→부실국회→지원 반대 여론 악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결국 국민의 정치냉소주의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토론 참석자들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입법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비용을 적극 지원한 뒤 철저한 감사를 받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당을 통해 국고지원금을 배분받는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활동 실적에 따라 의원 각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미국식 원내중심 정당으로 가자는 결론이다.》

▽박효종 교수=이번에는 국회 및 국회의원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임혁백 교수=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려면 정책을 논의하고 입법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미국 상원의원의 경우 보좌진을 40명, 일본 중의원의원은 15명가량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보좌진은 6명 정도입니다. 보좌진이 턱없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에게 정책개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인 셈이지요. 미국은 또 국회의원에게 인턴제도를 허용해 사실상 무급 지원인력을 활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회가 정책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줘야 합니다.

▼관련기사▼
- <1>왜 정치개혁인가
- <2>정치안정의 조건
- <3>정치자금 투명화
-
<4>정당구조 개편
- <5>정치진입 장벽 허물기

또한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익단체가 입법 과정에 행사하는 압력을 누구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 음성적 거래에 의한 정치부패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호 위원=국회의원의 질을 높이려면 국회의원을 섣불리 서열화하고 순위를 매기는 관행 자체가 사라져야 합니다.

예컨대 A라는 의원이 나라에 대단히 중요한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서 이번 회기에 거의 국회를 비우다시피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도 국회 출결 성적이 나쁜 것으로 간주돼 형편없는 평가가 나오거나 낙선운동 대상자에 포함된다면 이보다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직 국회의원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평가모델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출결사항이나 법안제출 건수 같은 인상비평만을 가지고 국회의원을 서열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기선 국장=국회의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음 선거 때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역의원 시절 누적된 객관적 지표들을 공개해 유권자들에게 판단 근거로 삼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용호 교수=우리의 선거운동 방식은 국회의원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 개인연설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후보나 정당이 정보를 쏟아내는 식입니다.

199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연구원으로 가 있을 때 존 메이저 전 총리와 토니 블레어 총리가 토론회 등을 통해 경쟁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외국인이 보더라도 누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겠더군요. 토론장에 모인 사람도 20∼30명밖에 안되더군요. 우리는 몇 백명씩 모아 놓고 고함만 지르기 일쑤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후보자토론 등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유권자가 직접 묻고 싶은 것을 묻고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합니다.

현역의원들의 검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각종 회의에서 실명투표제 확립이 시급합니다. 전자투표제를 하면 실명으로 기록이 남는데 아직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 교수=요즘 TV토론을 보면 국회의원이 많이 등장합니다. 국회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고 이를 TV가 방영하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된 느낌입니다. 국회 내 토론을 외면하고 방송토론을 선호하는 행태는 국회가 국정논의를 위한 공론(公論)의 장(場)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양수길 전 대사=공감합니다. 국회와 정당이 국정토론의 기본무대가 돼야 합니다.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가 답변하는 공무원들은 국회를 나서자마자 “국회 쇼에서 빠져 나왔다”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한다고 깔보고 있는 거죠.

의원들은 써온 원고를 갖고 질문하고 호통을 치면서도 장관이 답변을 하면 더 화를 냅니다.

특히 본회의장에서의 대정부질문과 한 차례 ‘때우고 넘어가기식’의 국정감사는 없어져야 합니다. 그 대신 특정 주제와 문제를 갖고 수시로 파고드는 소규모의 청문회 및 소위원회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요즘 전문 방송채널이 많이 생기는데 국회만을 지속적으로 방송하는 채널도 몇 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인태 수석=국회의원의 자질 문제와 국회 권한의 제자리 찾기는 구분돼야 합니다. 불법 정치자금, 패거리 정치, 저질 발언 등을 이유로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무조건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든가 또 국회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의는 부적절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비대화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기능이 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같은 이유로 생활정치 무대인 지방의회 기능의 정상화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지역언론에 의해서 감시 평가가 이뤄져 그 활동상이 어느 정도 주민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서울의 경우 중앙언론에 가려 제대로 된 의정활동 평가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가 사각지대인 서울시의회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1000만 시민의 살림살이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양 전 대사=지금까지 좋은 아이디어는 테이블에 많이 올라 있는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논의한 방안들 중 상당 부분은 과거에도 제기된 것인데도 왜 지금까지 이것이 실현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그야말로 누가 정치개혁의 주도세력이 될 것이며 주도세력이 없다면 누가 주도세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겠습니다. 기업에 대한 감시를 시장(市場)이 하듯 결국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감독하고 정치권이 개혁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위원=아무리 좋은 제도를 시행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정치문화가 받쳐주지 않으면 정치개혁을 이루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문화는 결국 사회구성원의 정치사회화의 총합이고 정치사회화는 교육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처럼 민주시민의 소양교육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시민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원외정당들이 바라 본 정치개혁 논의 현주소▼

원내 중심의 정치개혁 논의에 끼지 못하는 원외정당들은 기성 정치권의 정치개혁 논의를 국민에게 생색을 내기 위한 당리당략의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이상현(李尙炫) 대변인은 12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애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4당 대표가 만나서 합의한 범국민정치개혁특위구성안이 실종되고 정개특위 자문기구에 불과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로 전락시킨 것이 그 서곡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성 정당들이 지구당 폐지와 완전선거공영제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고비용 정치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며 “지구당을 백 번 폐지해도 연락사무소란 이름 아래 한 달에 수천만원의 조직관리비가 들어간다면 돈 정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전선거공영제에 대해서도 그는 “돈정치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재벌들에게서 받던 수백억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액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 중심으로 지구당을 운영하고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정당투표 대선거구제 ’를 전면 도입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민주당 장기표(張琪杓) 대표는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데는 중대선거구제가 가장 이상적이며 그것이 안 될 경우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도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려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공영제를 전면 실시하되 후보 추천 요건을 강화해 후보 난립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국의 정부 예산대비 의회 예산 점유비율(2003년 기준)
국가별구분예산액비율
한국입법부2497억7100만원(2497억7100만원)0.22% (0.07%)
사법부5633억9900만원(5633억9900만원)0.51% (0.15%)
전체정부예산111조4831억원(372조9577억원)100% (100%)
미국입법부4조7056억원0.18%
사법부6조4377억7200만원0.24%
전체정부예산2635조2655억5600만원100%
일본입법부1조3455억7000만원0.16%
사법부3조1783억1000만원0.39%
전체정부예산817조8907억8000만원100%
※한국의 경우 괄호 안은 일반회계기준. 괄호 밖은 기금 일반회계 특별회계를 합친 전체 재정규모.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토론참석자(가나다순)▼

▽강경식(姜慶植)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용호(金容浩)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모종린(牟鍾璘)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박효종(朴孝鍾)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양수길(楊秀吉) 전 주OECD대사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기선(李基善) 중앙선관위 홍보국장

▽이재호(李載昊) 본보 논설위원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정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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