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농심배 3연승 원성진 5단 "무덤덤 뒤쫓는 手로 승부"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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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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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늘었다고 하면 거만한 것 같고, 그냥 컨디션이 좋았다고 해주세요.”

한국 중국 일본에서 5명씩 출전해 연승전 형식으로 치러지는 농심배에서 최근 3연승을 거둬 한국팀을 위기에서 구한 원성진 5단(18)의 말이다.

그는 초반 3명의 선수가 1승도 못 거둬 침울했던 한국팀의 분위기를 3연승으로 말끔히 씻어냈다. 이창호 9단을 제외하면, 그는 올해 열린 세계대회 본선에 모두 진출한 유일한 기사다.

“전에는 제 바둑의 흐름이 들쭉날쭉했는데 최근엔 일관성을 갖게 됐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프로기사들은 그의 바둑을 ‘원성진류(流)’라고 부른다. 송곳같이 날카롭거나 실리에 짠 기풍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는 ‘무덤덤한 두터움’으로 승부를 건다. 동료인 최철한 5단이나 박영훈 4단보다 뒤늦게 성적이 좋아진 것도 이 같은 기풍 때문이라는 평이다. 이런 기풍은 완성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어느 경지에 올라서면 잔재주를 피우는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약점은 포석. 초반 승세를 유지하기보다는 후반에 역전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백을 잡고 뒤쫓아 가는 스타일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절친한 사이인 최 5단과 천원전 결승 5번기를 28일부터 시작했다. 둘 다 첫 우승에 도전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내년 2월의 LG배 4강전에 더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이 9단과 4강전에서 다시 대결한다. “이 9단의 최근 바둑을 보면 내용이 더 충실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해 LG배에선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네요.”

요즘 그는 실력보다 방심하지 않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둑이 내 쪽에 유리하다고 마음을 놓으면 바둑이 잘 안 풀립니다. 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이고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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