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오프라인 세계의 기막힌 해커들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7시 26분


코멘트
시위, 연쇄테러 등 안팎으로 들려오는 소식이 스산합니다. 삶의 환경이 척박하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도 우울증이 암만큼이나 무서운 질환이 되어가는 추세입니다.

촉망받는 건축학자이면서도 우울증에 시달렸던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B3)의 저자는 우울증의 원인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심오한 이유까지 다 모를 때는 일단 “햇볕이라도 넉넉히 쬐라”는 것이 체험적 조언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꾸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MIT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B2)는 좋은 머리를 헛된 곳에 쓴 미국 수재들의 이야기이자 견고한 시스템을 어떻게든 무너뜨리려는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해커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정치경제적으로 블록화되어가는 세계. 그 블록 중 하나인 이른바 ‘동북아’ 3국, 한국 중국 일본을 ‘매화 문화권’으로 정의한 ‘매화’(B1) 저자들의 해석이 신선합니다. 3국의 옛 사람들이 두루 매화를 사랑했지만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동질성의 확인보다는 그 같음 안의 다른 점들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공존의 출발점일 것입니다.

겨울의 입구, 생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매화에 물을 주어라”고 말한 퇴계 이황의 고즈넉한 마감을 떠올려 봅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