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국회의원 수 늘릴 때인가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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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여야 3당 간사들이 국회의원 수를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이 당론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나섰다지만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실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3 대 1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일부 선거구를 조정할 필요가 있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선자금 비리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스스로 그 수를 늘리자고 나설 때는 아니다.

지금은 다시는 검은돈이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치개혁을 서두를 때다.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실현하고, 비용은 많이 들고 효율성은 낮은 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일은 제쳐두고 머릿수 타령만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겠는가. 정치개혁하라고 했더니 제 밥그릇부터 챙긴다는 힐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논의 구조도 잘못됐다. 정개특위의 3당 간사가 합의했다지만 5월에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있고, 최근 발족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도 있다. 이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3당 간사끼리 합의만 하면 되는가. 이러니 밀실 정치니 야합이니 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의원 정수 273명은 3년 전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고통 분담에 정치권도 동참한다는 뜻에서 299명이던 의원 수를 줄인 것이다. 그동안 환란은 극복했다지만 우리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진 흔적은 없다. 정치는 더 문제여서,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되기보다는 정쟁과 편 가르기로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그렇다면 의원 수를 늘릴 명분은 더욱 없는 것 아닌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겸허히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어디 의원 수가 적어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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