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문학예술]'…향우와 유방'…고전을 재미있게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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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에는 초나라와 한나라, 항우와 유방의 천하를 건 싸움 속에 삶의 지혜와 고사성어가 담겨 있다. 그림 박순철

‘초한지’에는 초나라와 한나라, 항우와 유방의 천하를 건 싸움 속에 삶의 지혜와 고사성어가 담겨 있다. 그림 박순철

◇청소년이 읽는 항우와 유방/조병덕 지음/335쪽 1만원 운디네

현직 한문교사(광주 설월여고 교사)가 쉽게 풀어 쓴 초한지(楚漢志). 전국시대를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출생부터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죽기까지 50여년간의 역사를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이 책의 특징은 동양고전을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그 속에 담긴 고사성어 100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역사를 통해 고사성어의 유래를 알고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한문공부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또 “방대한 스케일의 삼국지에 비해 주요 등장인물이 서른명 정도 되는 초한지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활용했더니 학생들이 꽤 흥미로워 하더라”고 덧붙였다.

천하통일을 하기 전 진나라 왕은 다른 나라 출신들을 의심해 모두 국외로 추방령을 내렸다[축객령(축객령)·외부에서 온 손님을 미워해 몰아내는 것]. 한창 진왕의 총애를 받던 초나라 출신 이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사는 왕에게 상소를 올린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임으로써 높은 산이 되고(泰山不讓土壤), 넓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음으로써 깊은 바다를 이룬다(河海不擇細流).” 큰 인물은 태산이나 바다처럼 많은 의견을 수용해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사는 ‘축객령’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진왕은 이를 취소시켰다. 저자는 이사의 ‘간축객서(諫逐客書)’ 원문을 함께 실어놓았다.

‘될 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중국 고사성어로 ‘유자가교(孺子可敎)’가 있다. 그대로 풀면 ‘젊은이가 재주가 있어 가르칠 만하다’는 뜻으로, 열심히 공부해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를 칭찬하는 말. 이 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원래 한나라의 귀족이었던 장량(張良)은 조국을 멸망시킨 진나라 시황제에 대해 큰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시황을 암살할 기회를 엿보던 장량은 결국 암살에 실패하고 수배령을 피해 하비(下비)로 달아난다. 어느 날 산책길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신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는 장량을 불렀다. 신발을 주워주고 신겨주기까지 하는 장량에게 노인이 한 말. “어린놈이 기특하구나. 가르치면 보람이 있겠다[孺子可敎].”

그 후 노인은 장량에게 ‘태공병서(太公兵書)’를 주며,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왕의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렀다. 훗날 장량은 한나라의 첫 황제 유방의 참모로 활약한다.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적 통일제국 진나라를 건설한 시황제가 여행 중 병사(病死)한다. 환관 조고는 거짓으로 조서를 꾸며 황제의 맏아들 부소가 자결하게 하고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우둔한 막내아들 호해가 왕위를 이어받게 한다. 조고가 얼마나 국정을 마음대로 했는지 알 수 있는 고사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는 호해에게 큰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며 “좋은 말을 얻었기에 바친다”고 했다.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이것은 사슴이 아니오?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오[指鹿爲馬]?”

이때 조고는 신하들의 반응을 살핀 후 자신의 말을 부정한 신하들을 처형했다고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는 뜻의 ‘지록위마’는 도리에 어긋난 것을 들어 사람을 속이고 협박하는 일을 이를 때 쓰는 말이 됐다.

본문에 나오는 100개의 고사성어와 ‘초한지’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정리해 부록으로도 실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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