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나쁜 엄마 나쁜 아빠'…"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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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나쁜 아빠/로버트 맨코프 엮음 양기찬 옮김/135쪽 9600원 문이당

갓 알을 깨고 태어난 병아리에게 암탉이 알을 깨뜨렸다며 꾸짖는다.

“얘, 똑똑히 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아버지가 험악한 인상을 쓴다.

“제발 질문 좀 그만해. 계속하면 동화 카세트테이프 틀어놓는다.”

이 책에는 나쁜 엄마, 나쁜 아빠 천지다. 아이를 귀찮아하는 부모도, 아이를 위한다고 제 식대로 강요하는 부모도 아이 입장에서 보면 나쁘기는 매한가지.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부모들은 22개의 버튼이 달린 ‘꿈의 리모컨’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어나’ ‘양치질해’ ‘샤워해’ ‘침대 정리해’ ‘빨리해’ ‘천천히 해’ ‘음악 꺼’ ‘야채 먹어’ ‘방 청소해’ ‘동생 괴롭히지 마’….

부부싸움 끝에 갈라서기로 한 아버지는 어린 것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희 엄마와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너희 둘이 알아서 커야 될 듯싶구나.”

그래서 조무래기들은 놀이방에 빙 둘러 모여 이런 잡담을 나눌 수밖에.

“그래, 네 양육권은 어떻게 결론 났니?”

장난감 회사의 상술은 멀쩡한 사람을 나쁜 부모로 만들어버린다.

“어린이 여러분, 이 엄청난 새 게임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못 받았다면 왜 여러분이 그 집에 살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에 실리는 한 컷 짜리 시사만화 중 118편을 뉴요커지의 시사만화 편집장인 로버트 맨코프가 선정해 묶었다. 이 책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사람은 나쁜 엄마일까, 좋은 아빠일까.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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