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36…낙원에서(14)

  • 입력 2003년 10월 8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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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을 쭉 펴 보았지만, 발에 닿은 유탐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두 장밖에 없는 모포를 몸에 둘둘 말고 몇 천의 남자가 머리를 얹은 베개까지 꼭 껴안았지만, 추위는 나미코의 살갗을 뚫고 들어와 그 뼈와 피를 위협했다. 여느 때 같으면 이렇게 꼼짝 않고 있으면 체온의 막이 생기는데, 아 추워, 왜 이렇게 추운 거지, 목을 조이고 입술의 감각을 빼앗고, 눈의 움직임까지 방해하는 추위. 떨림이 그치지 않는다, 떨림 속에서 나미코는 하얀 연기에 휩싸여, 콧구멍으로 연기 냄새를 빨아들이는 순간 방 전체가 떨기 시작했다, 쉭쉭, 쉭쉭,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뽀오오오오오오오오!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리운 밀양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제발 좀 천천히 달려, 제발! 쉭 쉭, 쉭 쉭, 덜커덩, 덜커덩, 앗, 교준이다, 게이코도 있고, 게이코오오오오! 대나무반 다카히데가 버드나무에서 강물로 풍덩! 앗 데쓰이치도 노리오도 알몸으로, 에그머니, 창피해라! 밀양! 한여름! 나, 돌아온 거야, 밀양으로! 저기 저 둑 위에서 달리는 사람은 우근씨잖아, 맞아 우근씨야! 아이구 가슴이 두근두근하네, 쉭 쉭, 쉭 쉭,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그런데 왜 이렇게 추운 거지? 하늘은 새파랗고 강물은 저렇게 반짝이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구름이 하늘을 덮어 햇볕을 가리고 있는 것 같다, 아 추워, 갑자기 차체가 소리 없이 천천히 옆으로 기울고, 나미코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벽을 눌렀다. 아아아아아아아!

꼭 감고 있던 눈을 조심조심 뜨자, 철창으로 아침 햇살이 비쳤다. 나미코의 얼굴에는 아직도 미소가 남아 있었다, 환희에 찬 미소가….

그대로 누워 있으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미코는 천천히 윗몸을 일으켰다. 열은…다행히 내린 것 같았다…하지만 아직 목욕은 무리고, 단추를 다는 것도 빨래도 무리…나미코는 단추가 떨어져나간 파란 간편복을 벗고, 정액으로 얼룩진 빨간 간편복을 뒤집어 썼다.

몸이 푸들푸들 떨리고 다리가 휘청거린다. 안쪽 나무문을 열자, 건빵과 귤 통조림이 두 개 놓여 있었다. 가토 중사가 출발하기 전에 놓고 간 모양이다, 자기 배낭에 넣어가야 할 것을 내게 준 것이다, 행군하다가 배나 곯지 않으면 좋으련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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