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원호씨 뭉칫돈 어디로 갔나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24분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의 관련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여러 차례 인출된 사실이 드러나 이 돈의 행방을 둘러싸고 의혹이 번지고 있다. 이씨의 변호인은 나이트클럽 공사비, 직원 급여, 기존대출금 상환 등에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씨 관련계좌에서 작년 10∼11월 인출된 50억원 가운데 이씨의 변호인은 34억원의 사용처를 밝혔다. 그러나 현금으로 인출됐다는 나머지 금액은 과연 정상자금이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거액의 현금인출은 불법적인 거래에서 수표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검 감찰팀은 경찰의 계좌추적을 통해 현금 인출된 뭉칫돈의 존재가 확인됐다면 감찰결과 발표 때 당연히 함께 공개했어야 한다. 대검 감찰팀은 김도훈 전 검사의 수사일지를 확보하고서도 언론이 보도한 뒤에야 그 사실을 인정했다. 대검이 이런 식으로 부실 감찰을 하니까 법무부가 감찰권 이관을 요구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 전 검사는 이씨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검찰 안팎의 비호세력에 관한 주장을 폈고 이를 수사일지로 남겼다. 김 전 검사가 개인비리로 구속되면서 그의 주장이 신뢰성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지휘를 받은 경찰에 의해 이씨 관련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뭉칫돈 인출이 발견된 만큼 그가 제기한 의혹을 원점에서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청주 방문에 하루 앞서 거액의 돈이 인출된 것에 대해서도 진실 확인이 필요해졌다. 이씨의 변호인은 “양 전 실장 방문 하루 전에 인출된 3억4000만원은 사흘 뒤 이씨의 계좌로 입금됐다가 이씨 부인의 계좌로 재입금됐다”고 해명했지만 왜 이렇게 돈이 번거롭게 움직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검찰이 스스로도 의심을 받는 이 사건에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다가는 특검을 부른 ‘이용호 게이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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