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46호 대형포

  • 입력 2003년 8월 22일 22시 22분


삼성 이승엽이 22일 LG와의 잠실경기 4회 2사 1, 2루에서 9일 대구경기 중 주먹다짐을 벌였던 LG 투수 서승화를 상대로 중월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연합
삼성 이승엽이 22일 LG와의 잠실경기 4회 2사 1, 2루에서 9일 대구경기 중 주먹다짐을 벌였던 LG 투수 서승화를 상대로 중월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연합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3삼성증권배 프로야구 LG-삼성전. 두 팀은 9일 대구에서 난투극을 벌였던 ‘앙숙’. 그 후 13일 만에 잠실구장에서 다시 만난 이 경기는 야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LG는 팬끼리의 충돌을 우려, 안전요원을 60여명으로 평소보다 2배가량 늘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할 수서경찰서에 협조 요청까지 해놨던 상태.

경기시작 5분 전 홈플레이트 앞에서 LG 주장 이상훈과 삼성 주장 김한수, 서로 주먹다짐을 벌였던 삼성 이승엽과 LG 서승화 등 4명이 모여 서로 악수를 하고 화해했지만 악수 한 번에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사라질 리는 없었다.

두 팀은 초반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LG의 지명타자인 5번 조인성은 2회 삼성 배영수의 몸쪽 공에 얻어맞고 잠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양팀 더그아웃의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대구에서 큰 점수차로 리드할 때 보내기 번트 등의 작전으로 LG의 감정을 자극했었던 삼성 김응룡 감독은 이날도 4-0으로 앞선 4회 무사 1루에서 브리또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4회초 삼성 공격 이승엽 타석 때. LG 이광환 감독은 2사 1, 2루의 위기에서 난투극의 당사자인 왼손투수 서승화를 마운드에 올려 ‘맞불’을 놨다.

2아웃에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로 꽉 찬 상태. 서승화의 146km 낮은 직구를 걷어 올린 이승엽은 빨랫줄처럼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135m짜리 대형 3점홈런을 날려 삼성 팬들을 열광시켰다.

어금니를 질끈 문 이승엽이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도는 동안 그의 사부인 박흥식 삼성 1루코치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시했다. 반면 마운드에 선 서승화는 허탈한 표정. 그는 지명타자제가 없어지는 바람에 8회 타석에 나가 1루수 이승엽의 옆을 꿰뚫는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려 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46호를 장식한 이승엽은 현대 심정수(43개)와의 차를 3개로 벌려놨고 아시아홈런 기록(55개)과는 9개 차. 올 시즌 100경기째에 46홈런을 날린 이승엽의 홈런 예상수는 61개.

선발 배영수가 7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삼성은 10-2로 이겼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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