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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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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이 주는 사랑의 마법으로 아킬라스가 디오니시아스에게 돌아오기를… 그러나 그를 돌려주지 않겠다면 대신 그를 쓰러뜨려라.’
이집트에서 발굴된 ‘마법의 돌’에 새겨진 주문. 마법은 유사 이래 인간들의 친근한 일상사였다. 한동안 폐기처분된 듯했지만, 모바일과 인터넷의 시대에 마법은 부활했다. ‘해리포터’의 잘 제본된 책 낱장 사이와 ‘반지의 제왕’의 32mm 필름 롤 속, 게임 CD와 DVD 속에서 부활한 마법은 더 이상 초자연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상상 속의 신비와 힘을 부르는 이미지의 아이콘이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박물학적 저작물에서 중세, 아랍 문화의 유입까지를 다룬 ‘유럽 마법의 전서(全書)’라 할 만하다. 각 장의 내용은 때로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전체에 걸쳐 수많은 주문과 부적의 형태, 제물의 종류 등이 소개되어 있으므로 중세의 상상력을 빌린 판타지문학의 마니아들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각 시대의 마법을 따라가면서 오늘날 문화적 기호로 부활한 ‘주술적 상상력’의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마법이 중세문화의 여러 다른 길들이 모여드는 일종의 교차로라고 말한다. 먼저 마법은 종교와 과학이 만나는 자리다. 악령을 불러내는 ‘악마적 마법’이 있는가 하면 선악과 무관하게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을 이용하는 ‘자연적 마법’이 있다.
마법은 신앙과 과학이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질병 치료를 위해 어떤 식물의 잎에 주문을 쓰고 해뜨기 전에 기도문을 반복한 뒤 먹어야 한다면, 실제로 치료효과가 있는 한, 이 방법에는 과학과 종교, 마법이 섞여 있는 셈이다.
‘연금술(Alchemy)’과 ‘화학(Chemistry)’의 어원적 연관에서 볼 수 있듯 마법은 실제로 과학의 발전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마법에서는 중세의 음악과 미술도 엿볼 수 있으며, 종교와 국가가 힘을 다해 마법을 징벌하려 한 덕에 마법의 역사가 중세 법률학으로 통하는 길목이 되기도 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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