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정민태 ‘18연승의 3대비결’

  • 입력 2003년 8월 4일 17시 51분


“22연승에 도전한다”현대 정민태가 '불멸의 기록' 22연승에 불과 5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는 야구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인가. 동아일보 자료사진
“22연승에 도전한다”
현대 정민태가 '불멸의 기록' 22연승에 불과 5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는 야구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인가. 동아일보 자료사진
22연승.

프로원년인 82년 미국 프로야구에서 돌아온 박철순(당시 OB 베어스)이 국내 타자들이 쳐보지도 못한 너클볼을 주무기로 세웠던 투수 연승기록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것 같았던 이 22연승이 올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퇴단하고 올 시즌 현대로 복귀한 정민태(33)가 불패행진을 펼치고 있기 때문.

3일 삼성전 승리로 정민태는 올시즌 11연승과 일본 진출 전인 2000년 7연승을 포함해 18연승을 질주 중이다. 이제 연승 신기록까지는 5승이 남아 있는 상태. 정민태는 과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바뀐 점이 없다

정민태의 전성기는 98년과 99년. 그는 98년 17승을 거둔 뒤 이듬해엔 투수들의 꿈이라는 20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30대로 접어든 2000년부터는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졌다는 게 주위의 평가. 현대 김시진 투수코치는 “2000년부터 약간씩 쇠퇴 기미가 보였다”고 말한다.

사실 볼의 위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게 일본 적응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 정민태는 지금도 “전성기 때 일본에 갔으면 좀 더 달라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올해도 전성기는 아니라는 얘기인데 뭐가 변했을까. 김 코치는 의외로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일본 가기 전과 갔다 와서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 하지만 이게 오히려 연승의 힌트가 된다.

정민태는 일본으로 가기 직전인 2000년 구위가 떨어졌음에도 노련함을 바탕으로 18승(6패)을 거뒀다. 타자와의 수읽기, 볼 배합과 힘 조절, 베테랑다운 위기관리능력으로 따낸 18승이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정민태는 요즘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삼진을 잡아도 원아웃이고 타자를 땅볼이나 뜬 공으로 유도해도 원아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요샌 타자를 범타로 유도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그의 말. 정민태는 “특히 싱커가 잘 들어 승부수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말한다.

결국 변함없이 일관된 피칭을 한다는 사실이 18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 중 하나인 것.

▽약간의 행운도 정민태의 편

올 시즌 정민태는 자칫 연승행진이 깨질 뻔한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타자들이 신들린 듯 방망이로 도와줘 연승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게 5월 20일 잠실 LG전과 27일 수원 기아전. 정민태는 LG전에서 선발 7과 3분의 2이닝 동안 8안타 4실점해 패전위기에 몰렸으나 9회 마지막 공격에서 현대가 동점을 만드는 바람에 패전기록이 사라졌다.

또 다음 경기인 기아전에선 1회에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5안타 3볼넷으로 6실점하며 조기 강판됐지만 팀이 2회까지 1-10으로 뒤지다 끝내 11-10 역전승을 이끌어내 극적으로 패전의 멍에를 쓰지 않았다. 정민태의 18연승은 그야말로 ‘하늘이 돕고 있는’ 기록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의 연승기록

메이저리그에선 뉴욕 자이언츠의 칼 허벨이 1936년과 1937년에 걸쳐 24연승을 세웠고 일본 프로야구에선 1957년 니시데쓰 라이온스의 이나오 가즈히사가 세운 20연승이 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이 할러데이는 올해 15연승을 달리며 신기록을 향해 달려가다 2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서 선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9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돼 연승행진이 끊겼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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