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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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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의 활동무대와 교류 상대는 전 세계로 확대되어 있다. 외교적 또는 학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소수가 아니라 회사원이나 식당종업원, 택시운전사 등 거의 모든 한국인이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영어를 공용화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에게 영어교육을 제대로, 집중적으로, 효율적으로 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
▷둘러보면 우리사회 곳곳에 영어가 범람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부분 틀린 영어라서 오히려 국민의 올바른 영어습득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보면 ‘리얼 토크’ ‘삼겹살 토크’ ‘실루엣 토크’ ‘Up and down talk’ ‘크로스 토크’ 등 말 안 되는 ‘토크’가 소란스럽고, ‘버터 형제’ ‘게릴라 콘서트’ ‘러브하우스’ 등등 독창적인(!) 한국식 영어가 참으로 많다. 도로표지판에도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영어가 적지 않다. 고속도로나 국도의 오르막길에 ‘climbing lane’(옳은 표기는 ‘slower traffic ahead’)이라고 안내되어 있는가 하면 ‘OOO세무서 별관’은 ‘OOO Tax Office of Annex’(옳은 표기는 ‘OOO Tax Office Annex’)라고 안내되어 있다. 상점 간판이나 티셔츠, 쇼핑백에 쓰인 영어에도 요상한 것들 천지다.
▷주미대사를 지낸 양성철씨의 부인 데이지 양 여사가 며칠 전 경복궁에 갔는데 화장실에 ‘resting place(영면하는 곳)’라고 적혀 있더란다. 양 여사는 앞으로 전국의 도로안내나 문화재 안내표지판에 잘못 쓰인 영어를 바로잡아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했다. 이런 뜻을 가진 자원봉사자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우선은 방송매체와 공공설치물의 영어부터 바로잡자. 그것이 안 되면 영어 공용화는 언어공해를 양산할 뿐이다.
서지문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 ji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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