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독수리 3형제 이젠 진짜 곰 됐네”

  • 입력 2003년 7월 3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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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걔들이 펄펄 날아. 독수리야.”

좀처럼 선수들을 치켜세우지 않는 두산 김인식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름하여 ‘독수리 삼형제’. 한화 이글스 출신 3명의 선수들에게 붙은 별명이다.

강인권(31) 전상열(31) 홍원기(30). 한화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99년 이후 트레이드돼 두산에 뿌리를 내렸다. 비록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들은 아니지만 백업요원에서 올해는 일약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포수 강인권은 두산의 ‘안방마님’ 홍성흔의 손목부상 장기화 틈새를 노려 ‘곳간열쇠’를 꿰찬 케이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타율 0.309(191타수 51안타)에 17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수가 내야수비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공수에서 홍성흔의 빈 자리를 알차게 메우는 강인권은 두산에 ‘단비’와 같은 존재.

‘만년 백업요원’ 홍원기는 규정타석을 채운 타율 0.304(230타수 70안타)로 당당히 타격랭킹 12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는 어느 포지션도 소화해낼 수 있는 ‘유틸리티(utility) 플레이어’. 이런 장점이 오히려 화가 돼 99년 두산 이적 후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를 전전하며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꽃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요즘엔 3루수 자리가 그의 차지. 주전 3루수였던 김동주는 잦은 부상 때문에 지명타자로 나설 때가 많다.

전상열 역시 부상을 달고 사는 심재학의 우익수 자리를 빼앗았다. 팀이 필요할 땐 중견수로도 나서는 전상열은 타율 0.278(180타수 50안타)로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독수리 삼형제’로 불리는 이들은 특히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전에서 강세를 보인다. 30일 한화전에선 0-0인 9회 7번 홍원기가 1사 후 볼넷을 얻었고 8번 강인권이 왼쪽안타로 찬스를 이었다. 두산은 결국 1사 만루의 기회에서 김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4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었다.

한화 유승안 감독이 “우리 애들 다시 돌려주세요”라고 김인식 감독에게 농담을 던질 만도 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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